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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크랩][매일경제]유상증자 믿었다간 큰코 다친다

유상증자 믿었다간 큰코 다친다

올 조달자금 90% 급전막기 급급…사용처 보고 옥석 가려 투자해야


기사입력 2012.10.16 17:43:31 | 최종수정 2012.10.22 16:17:06




# 1. 코스닥 상장법인이었던 엔스퍼트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년 동안 7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조달한 자금 전액이 운영자금과 기타자금으로 투입됐다. 2498만주였던 상장주식 수는 7867만주로 3배가 됐다. 그러나 이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해 결국 지난 7월 증시에서 최종 퇴출됐다. 


# 2.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글로스텍은 지난해 3월 이후부터 6차례 실시한 유상증자로 300억원을 조달했다. 이 회사는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운영자금과 기타자금에 썼다. 그러나 올 상반기 4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영업이익이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상장기업들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지만 조달 자금의 실제 쓰임은 `운영자금`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상장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미래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급전 조달 필요성에 의해 추진됐다는 의미다. 


증시 전문가들은 "경영상황 악화로 지속적인 자금 조달을 시도하는 상장사는 퇴출 위험이 높다"며 "유상증자 후 어느 곳에 자금이 집행되는지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일부 기업들은 자금조달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에 실패해 다시 자금 수혈을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내미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총 5조7620억원(유가증권시장 4조9893억원, 코스닥시장 7227억원)이다. 이 중 75%에 해당하는 4조3042억원이 운영자금 목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달 목적이 `기타자금`으로 표시된 금액도 16%(9381억원)에 달했다. 조달한 자금의 90% 이상이 일회성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의미다. 


운영자금 항목은 일반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 영업상의 현금흐름으로 충당해야 하는 일반적인 판매관리비(임금, 건물 임대료 등), 자재구입비용에 해당한다. 기타자금은 사채 만기 또는 금융권 차입금 상환이 목적이다. 운영과 기타자금 등 일회성 자금 조달 비율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93%(4조6739억원)로 코스닥 상장사 78%(5687억원)보다 높았다. 


반면 전체 증자 자금 중 공급 규모를 늘리기 위한 시설증설이나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목적(시설자금) 등으로 쓰인 돈은 2578억원으로 전체 자금조달 금액의 4%에 그쳤다. 타법인 출자를 위해 쓰인 금액도 2165억원(3.8%)이다. 그나마도 상당수가 신사업 추진을 위한 지분 매입이라기보다 국내외 부실 자회사 지원을 위해 쓰였다. 


최현재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반적인 산업 업황이 악화되면서 현금흐름이 부실한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요즘 같이 증자 납입금이 일회성 목적으로 쓰이는 현상은 불황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확장세에 있는 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증자를 실시하면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지만 부채 상환이나 어음 결제대금 등 급전 마련을 위해 증자를 지속하는 기업은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금도 유상증자에 나선 몇몇 기업 중 부실 징후를 보이는 곳이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글로스텍과 금호산업이 각각 4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현대아이비티가 올해 들어서만 5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아큐텍은 4회, 에듀언스와 웰메이드, 피에스앤지는 각각 3회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서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