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제52호 15면 2008년 5월 19일자
제52호 15면 2008년 5월 19일자
[시민광장]
이종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던진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국내 언론은 물론 기업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빌 게이츠와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이종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던진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국내 언론은 물론 기업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빌 게이츠와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는 자본주의의 근간인 시장과 기술혁신을 활용해 가난과 질병 등 인류의 불평등을 줄이므로써 지속가능한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빌 게이츠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주창한 화두다. 기업 분석의 대모(大母)이자 세계 5대 경영 컨설턴트 중 한명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가 부르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창조적 자본주의는 '가치 자본주의'(Values Based Capitalism)라 할 수 있다.
두 용어는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학문적으로 연구되어 정립된 용어라기 보다는 일종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의 과문을 전제로 이 두 용어는 사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 더 나아가 소비자, 노동자, 투자자, 시민단체, 정부 등 모든 구성원의 사회적 책임(SR, Social Responsibility)과 동의어처럼 맥이 닿아 있거나 이를 전제로 한다.
바야흐로 사회책임 시대가 글로벌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창조적 자본주의와 가치 자본주의라는 용어의 등장은 사회책임 시대가 그만큼 성큼 다가왔고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CSR을 중심으로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사회책임소비(SRC, Socially Responsible Consumption), 사회책임노동(SRL, Socially Responsible Labor) 등 각각의 영역에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0년 공표를 목표로 만들고 있는 사회적 책임에 관한 가이드라인인 ISO26000은 모든 영역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고양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CSR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는 왜곡된 담론들이 만연해 있다.
먼저 CSR을 이념적으로 접근해 좌파의 불순한 운동으로 바라보고 내심 거부감을 가지고 있거나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CSR은 1848년 유럽을 배회하면서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구호로 체제 전복을 선동하던 유령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기업이여 지속가능하라’를 모토로 내걸고 자본주의 건강을 끊임없이 진단하고 치료하는 친자본주의적 유령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노동계 일각에서는 CSR을 ‘자본주의의 화장술’로 치부하기도 한다.
또 하나는 CSR을 타율적인 기업 규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에 책임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규제이기는 하지만 누가 그런 규제를 만들어가고 택했느냐는 점이 중요하다.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글로벌화에 따른 기업 환경의 변화, 이에 따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 등이 CSR을 수면 위로 올려놓은 배경이다. 기업은 위험 관리(Risk Management)와 새로운 기회(Opportunity)를 포착하는 방법이자 철학으로 CSR을 추진했고 끊임없이 차별화하고 있다. 즉 CSR은 자본주의 역사 발전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나온,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시장규제라는 말이다.
CSR을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하는 건 바로 이러한 배경에 근거한다. 빌 게이츠, 잭 웰치 등 유수 기업의 CEO들은 스스로 CSR이라는 규제를 아름다운 고삐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성공한 기업인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CSR을 사회공헌으로 환치시키는 태도 역시 대단히 왜곡된 담론이다. 사회공헌은 CSR의 구성요소일 뿐이다. CSR이 사회공헌이라는 담론 하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막대한 규모의 사회공헌비를 지출하고도 기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왜 인색한지에 대한 답변을 얻을 수 없다. 8천억원과 1조원을 사회공헌비로 내놓겠다는 삼성과 현대의 말에 국민들이 왜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지를 스스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기업의 실질적인 책임이라 할 수 있는 경제적, 법적, 윤리적 책임은 소홀히 한 채 재량적 책임에 속하는 사회공헌만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 그 원인이 있다. 사실 사회공헌은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CSR이 없는 사회공헌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그 이상이 아니다.
논어에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같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거워하는 자만 같지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CSR을 피할 수 없다면 기업들이 이를 단지 알고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 즐기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CSR 경영은 ‘펀’(FUN)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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