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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크랩][조선비즈]식량전쟁이라니? 한국이 위험하다

식량전쟁이라니? 한국이 위험하다

박유연 기자 pyy@chosun.com
입력 : 2012.04.03 03:06

[9] 세계는 종자 전쟁 중
청양고추·신고배·배추·무… 국내 농산물 67%가 외국씨앗, 다국적기업 10곳서 시장장악
국내 종자업체 1000곳 난립… 98%는 직원 10명 미만 영세
2020년 시장규모 1650억달러, 업체 대형화·토종 개발 시급


"상추가 몇 종류나 될 것 같으세요? 1000종이 넘어요. 씨앗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충북 청주에서 상추 종자(種子) 개량을 하고 있는 권오하(48)씨는 상추에 미친 사람이다. 대학 졸업 후 '흥농종묘'라는 회사에 들어가 상추 개량을 하다가 회사를 박차고 나와, 1995년 상추 개량을 전문으로 하는 '권농종묘'라는 회사를 차렸다.

"상추 씨앗 시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상추 연구를 중단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회사를 차리자고 결심을 했죠."

처음엔 난관이 많았다. 초기 4년간 수입이 전혀 없었다. 부인이 연구를 위해 기르는 상추를 따다가 마트에 판매해 생계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다 1998년 대박 상품이 나왔다. 붉은빛이 감도는 이른바 '꽃상추'를 개량한 종자로 '선풍'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기존 꽃상추에 비해 아삭한 맛이 더하고, 생산성도 높은 제품이다.

이 제품 덕에 권씨의 회사는 지난해 매출 13억원에 순이익 1억3000만원을 올리는 어엿한 기업이 됐다. 상추를 길러 공급하는 게 아니라, 상추 씨앗을 농가에 팔아 거둔 매출이다.

수출도 한다. 지난해 유럽에 15만달러어치 상추 씨앗을 수출했다. 그가 개발한 또 다른 상추 종자인 '열풍'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오랫동안 신선도가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미국 하와이 한식당들에 많이 팔린다고 한다.

◇농업의 반도체

지금 세계 농업은 종자(씨앗이나 묘목) 전쟁 중이다. 농가들은 종자 업체로부터 종자를 사다가 이를 심어 수확을 한다. 기존 품종에 비해 얼마나 개량된 종자를 쓰느냐가 해당 농가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종자는 IT산업으로 치면 반도체와 같고, 이 기술이 부족한 나라의 농업은 제조업에 비유하면 부품 조립생산 수준에 머문다.

▲ 김완규(47) 우리종묘 대표가 충남 연기군에 있는 종자 시험장에서 자신이 개발한 배추씨 ‘청옥’으로 기른 배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여름 고랭지 재배용인 청옥은 배추 농가들에 가장 큰 골칫거리인 ‘뿌리혹병(배추 뿌리에 혹 같은 게 생기면서 잎이 시드는 병)’에 강하고 맛과 생산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제공


세계 종자시장은 2010년 698억달러에서 2020년 165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이 시장을 몬산토(미국), 신젠타(스위스), 사카타(일본) 등 10대 다국적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0%를 넘고, 몬산토는 매년 10억달러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종자 특허를 뜻하는 '품종 보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애플과 삼성이 태블릿PC 특허 분쟁을 벌이듯, 종자 업체들끼리 특허 분쟁을 벌이는 것이다.

종자는 식량 주권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토종 종자가 없으면 수입해 쓰거나, 수입 종자를 베끼면서 로열티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세익 전 농촌경제연구원장은 "아무리 재배 기술이 발달해도 우량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식량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현실은 암담하다. 외국 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른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의 절반 정도가 외국 업체의 종자로 심어졌다는 의미다. 신고 배, 켐벨 포도, 후지 사과가 대표적이다. 1996년까지만 해도 외국 기업의 국내 종자 시장 점유율은 14%에 불과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흥농종묘 등 국내 1~3위 업체가 모두 외국업체에 넘어가면서 국내 시장을 이들에게 넘겨 주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이 가졌던 종자 권리가 외국 기업으로 이전돼 고추나 무, 배추 같은 우리 농산물을 먹을 때마다 외국 기업이 수익을 챙기는 처지가 됐다. 청양고추, 금싸라기참외, 불암배추도 외국 기업의 씨앗으로 길러지고 있다.

◇우리 농산물의 67%는 외국 씨앗에서 나와

현재 국내에는 1000개에 달하는 씨앗 회사들이 난립해 있는데, 직원 10명 이상의 최소한 규모라도 갖춘 곳은 20곳 남짓에 불과하다. 나머지 업체들은 씨앗을 개량하는 게 아니라 남이 개발한 씨앗을 베껴 헐값 유통시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종자 개발이 잘 안 되는 것은 과정이 너무 길고 힘들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배추 종자 개량을 해 온 김완규 우리종묘 대표는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기까지 8년에서 1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우리종묘는 내수용 5개 품종과 수출용 6개 품종의 배추를 개발해 2008년부터는 미국, 중국, 태국 등지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지난해 10만달러 수출 실적을 거뒀다. 김 대표는 "과정이 길고 어려워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국산 품종 개발이 시급하다. 여건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기후가 아열대부터 한대까지 다양한 데다, 국토의 70%가 산지이고 강우량이 많아 다양한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개량 환경이 좋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힘든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
언젠가는 종자와 농업에 도움을 줄 수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종자에 관련되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유익한 다큐 한 편을 아래에 소개한다.

-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 (KBS스페셜)[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