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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크랩][매경이코노미][부품·소재산업이 미래 경쟁력]부품·소재산업 각광받는 배경…부가가치 높고 고용효과 뛰어나 外


[부품·소재산업이 미래 경쟁력]부품·소재산업 각광받는 배경…부가가치 높고 고용효과 뛰어나

기사입력 2012.07.09 09:32:43



지난 수십 년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었던 제조업 위력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금융·서비스산업에 치중했던 나라들이 금융위기로 고전하는 반면 독일, 중국 등 제조업 대국들은 상대적으로 건실한 성장을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단연 돋보이는 국가는 독일이다. 유럽 각국의 위기 상황이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독일 경제는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1분기에도 독일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유로존 위기에도 이처럼 독일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바탕에는 제조업의 강한 경쟁력이 자리한다. 


독일, 히든챔피언 1350곳 경제 주춧돌 




미국 등 선진국이 생산시설을 이전하면서 제조업 기반이 전반적으로 약해진 반면 독일은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중심으로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제조업의 기반에는 중견·중소기업을 바탕으로 한 부품·소재산업이 있다. 독일 기업 중 중소·중견기업이 전체의 99.6%(367만개)를 차지한다. 수출 총액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80%를 넘어선다. 이 가운데 세계 시장점유율 1~3위 기업이 1350여개나 된다. 대부분이 부품이나 소재와 관련된 회사들. 소위 ‘히든챔피언’이다.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실상은 이들이 독일 경제를 주도한다. 


지진과 쓰나미, 전력난이 동시에 덮치면서 2010년 4.4%였던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0.9%로 곤두박질쳤다. 무역수지도 1980년 제2차 오일쇼크 이후 31년 만에 적자(2조4927억엔)로 돌아섰다. 국가채무는 998조엔으로 2009년(883조엔) 대비 100조엔 이상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11.7%로 선진 7개국(G7)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진이 발생한 동북지방을 중심으로 510개 기업이 도산했다. 산업시설과 도시 인프라 파괴, 방사성 물질 유출 등으로 인한 피해액은 25조엔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일본의 저력이 이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피해 제조업체들은 1년 만에(3월 기준) 80% 이상 복구가 이뤄졌다. 특히 부품·소재산업의 경우 공급망을 복선화하거나 생산거점을 분산하고, 일부는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현지 조달을 강화했다. 부품·소재 표준화와 글로벌화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과거보다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부품·소재산업 회복세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일본 경제 장기 침체로 인해 수치상으로 확인하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올 하반기쯤에는 100% 대지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부품·소재의 자국 내 조달 기조에서 벗어나 해외 공급망까지 갖추면 산업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소재 부문에서 원천기술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소재-부품으로 이어지는 산업체인의 경쟁력은 여전히 독보적”이라 덧붙였다. 


일본 경쟁력 부품·소재서 나와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일본 수출산업을 주도한 것은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같은 완성품 업체가 아니라 부품·소재 관련 기업들이다. 김원소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6년 기준 세계 10대 전자부품 기업 중 한국의 삼성전기(8위)를 제외한 9개 업체가 일본 기업이었다. 디지털 소재는 모두 일본 기업이 장악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의 매출이 확대되면 일본 부품·소재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된다. 김원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부품·소재 기업들 중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60~80%에 이르는 곳이 다수이며, 기술력이 장기간 축적된 것으로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ADBI)가 ‘아이폰4’를 구성하는 부품의 국가 제조별 부가가치 비율을 분석한 결과 1대당 178.96달러인 제조비용 가운데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인 60.85달러였지만, 반도체나 액정 등을 공급하는 한국은 절반에 못 미친 13%(23.27달러)에 그쳤다. 


이처럼 독일, 일본 등 부품·소재 강국이 주변국의 경제위기나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부품·소재산업이다. 


부품·소재는 독특한 산업적 특성이 있다. 대부분 소비재가 아닌 생산재다 보니 기술을 모방하기가 쉽지 않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도 길다. 완제품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고, 경로 의존성이 커(거래처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은 등 한번 선택하면 오래간다는 뜻) 지속성과 안정성이 높다.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관계자는 “부품·소재 부문에서 세계 선두로 올라서면 오랜 기간 동안 시장 지배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일본이 오래도록 부품·소재 강국 자리를 지켜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시 정리해보면 이렇다. 틈새시장에서 독점을 유지한 채, 저부가가치 공정은 해외로 이전하고 핵심 사업은 본국에서 담당하는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한다.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 후에는 후발기업이 쉽게 참여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가격 지배력을 확보한다. 이런 방식으로 비록 틈새시장이지만 독과점하는 산업구조가 만들어진다. 일본 경제산업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 하이테크 부품·소재 세계 시장점유율은 60%를 넘는다.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버틸 수 있는 배경이다. 


부품·소재산업은 여러 가지 강점을 지닌다. 시장 지배력이 높다 보니 부가가치도 높다. 


한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부품·소재 기업의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2009년 기준)는 1억8600만원으로 제조업 평균인 1억5300만원보다 높다. 연평균 성장률 역시 8%로 제조업 평균(6%)보다 우위에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 해소에도 부품·소재산업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면 대내적으로는 고용 창출력 강화, 양극화 완화 등의 효과를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부품 기업의 경우 2009년 1개 기업당 평균 종업원 수는 56.3명으로 2001년에 비해 2.4명 늘어났다. 여기에 비해 제조업 전체는 1명 줄어들었다. 부품·소재산업의 고용 효과가 일반 제조업에 비해 큰 셈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 완제품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고 한류가 확대되면서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부품산업의 르네상스가 오고 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만 산업 선도국 대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부품·소재 글로벌 경쟁 상황은 


전통 강자 독일·일본에 한국·중국 도전장



부품·소재 분야 절대강자는 독일이다. 세계 수출 순위를 살펴보면 독일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을 앞지른 이후 점유율 1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전통의 강자다. 지난 2010년 기준 점유율이 8%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 독일, 미국의 뒤를 잇는다. 최근 중국은 자체 제조업 성장과 함께 부품·소재산업 수출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범용 제품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독일, 일본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 역시 지난 2001년 세계 10위에 불과했지만, 최근 5~6위권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속 내용에서는 차이가 난다. 한국은 독일과 일본에 대한 부품·소재 분야 무역 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 기준 적자 규모만 일본 229억달러, 독일 49억달러에 이른다. 전반적인 부품·소재 경쟁력은 올라갔지만 독일과 일본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식경제부 측은 “범용소재는 중국 등과 경쟁이 심화되고 핵심소재는 소수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핵심소재 분야는 여전히 기술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日-中-대만’ 연합 경계해야 


지난해 대지진 이후 일본의 부품·소재산업 전략 변화도 경쟁구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기업들이 범용 제품의 경우 대만, 중국 등과 손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이런 변화가 한국 기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계 부품·소재산업에서 중국이 떠오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수출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12%로 독일과 선두를 다툰다. 특히 중국 정부가 자국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임혜린 기자 lyn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64호(12.07.4~7.10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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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부품·소재산업이 미래 경쟁력]부품·소재 강국을 가다 - 독일…주당 35시간 일해도 생산성 최고

기사입력 2012.07.09 09:31:32



직원당 연간 10여건의 개선 아이디어를 낸 끝에 최고의 공장이 된 지멘스 암벡 공장.


“메르켈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당 35시간 근로 규정을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법이 강화됐습니다. 생산직 종사자 역시 일정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편제를 조정하고 있는데 일부는 이직이 용이하도록 임시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30일 휴가를 어디에 쓸지 고민하는 직원들의 대화도 곳곳에서 들립니다.”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여를 달려간 끝에 닿은 지멘스 암벡(Amberg) 공장. 기자를 맞이하러 나온 지멘스 직원 쉬에슬 씨는 대뜸 공장 자랑보다 ‘행복한 고민(?)’부터 털어놓는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노동 시간은 일단 번외로 두자. 이렇게 노는 날이 많으면 주문이 밀려 공장을 풀가동해야 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까. 사람들을 더 뽑아야 한다면 인건비 역시 만만찮을 텐데 감당이 가능할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런데 이 공장은 세계 최고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인시아드가 꼽은 ‘유럽의 최고 공장’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각종 매체에서 ‘올해의 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9000㎡ 규모의 이 공장은 자동화 기기인 ‘시매틱(SIMATIC)’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설비를 생산한다. 터치스크린 등 디스플레이 제품의 제어 기능을 담당하는 시매틱 HMI는 연간 38만개, 컴퓨터·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시매틱 ET200S는 연간 450만개를 생산하고 있다. 종양 왕(Zhongyang Wang) 지멘스 산업(Industry) 부문 지역매니저는 “이곳에서 만든 산업 자동화 설비를 그대로 실어 한국은 물론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의 새로운 공장으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여년 만에 생산성 7배 증가 


눈길을 끄는 건 제품 불량률. 1990년 초반만 해도 750dpm(defects per million·100만건당 750건)이었던 것을 지난해 15dpm으로 확 낮췄다. 더불어 직원 수는 1999년 1000명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변화가 없지만 생산성은 같은 기간 7배나 증가했다. 그러니 독일 정부가 권고하는 노동 시간을 지키고도 생산에 차질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산성을 높인 비결은 뭘까. 


지멘스가 자랑하는 건 공장 자동화 설비인 시매틱. 쉽게 말해 조립생산 라인에 IT기술을 활용해 한눈에 현재 진행 상황을 알 수 있고 또 제어도 가능하게 하는 식이다. 이런 부품들은 다농 요구르트 공장에서부터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공장은 물론 에어버스 항공기 기체 조립라인에도 쓰인다. 암벡 공장은 ‘시매틱으로 시매틱을 생산한다’고 할 정도로 공장 자동화의 결정체를 보여주고 있다. 넓은 공장 안이라지만 직원들은 50m 간격으로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었다. 하는 일도 힘쓰는 일보다는 모니터를 들여다보거나, 시간이 되면 부품을 갈아주는 식이 전부였다. 


노동 시간을 줄이는 대신 직원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8000건에서 1만2000건의 아이디어를 낸다. 개인당 평균 연간 8~12건을 내는 꼴이다. 참여율도 98% 이상이다. 경영진은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숫자로 환산해 가치를 매긴다. 그리고 개선비용의 약 20%를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지난해에는 신제품 생산을 위해 기계를 새로 들여오는 데 대당 300만유로가 든다는 걸 한 직원이 알게 됐다. 그는 종전 기계를 100만유로를 들여 개조하면 사용 가능하다고 제안해 대당 200만유로를 아낀 게 대표적인 예다. 


개별 공장별로 자재를 구매하던 방식도 지멘스 본사 차원에서 통합구매 방식으로 바꿔 비용을 줄였다. 재고 역시 본사가 통합적으로 관리, 40분 내에 부품업체에서 공장라인으로 배송 가능한 구조를 구축해 생산성을 향상시켰던 것이다. 


더불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막대한 투자 역시 유럽 최고의 공장 반열에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멘스 암벡 공장의 1000명 직원 중 R&D 인력은 무려 300명에 달한다. 이들은 효율적인 생산 공정은 물론 신제품 개발, 신시장 개척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생산성 올리기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암벡 =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64호(12.07.4~7.10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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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부품·소재산업이 미래 경쟁력]독일 왜 강한가…도제식 숙련공·마이스터 극진 대우

기사입력 2012.07.09 09:31:12


우리는 독일 부품산업의 무엇을 배워야 할까. 현지 취재와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 독일이 부품 강국이 된 비결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클러스터보다 네트워킹 


지리적 조합보다 지식을 공유 


소비재 박람회 Ambiente, 철도차량 및 수송기술 박람회 INNOTRANS, 정보통신 박람회 CeBIT, 태양광 박람회 Intersolar. 


이들의 공통점은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것, 또 독일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독일은 왜 이렇게 박람회를 많이 하는 걸까. 


크리스토프 버거(Christoph Burger) ESMT 교수는 “원래는 중소기업 간 정보 교류 차원에서 작은 모임을 갖던 게 점차 커진 것”이라며 “독일 기업들은 ‘나눌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믿음을 갖고 힘 없는 창업 초기부터 네트워킹(Networking)을 통해 얻은 지식을 현장에 적용하는 데 익숙하다”고 풀이했다. 


독일 바이에른주는 BMW, 폭스바겐 등의 공장이 밀집해 있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메카다. 2000여 부품업체가 참여한 ‘BAIKA’라는 협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눈길을 끄는 건 단순히 한국처럼 공장, 학교 등이 밀집돼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멀리는 수백㎞씩 떨어져 있지만 특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인근 프라운호퍼 연구소, 뮌헨공과대 등과 순식간에 이합집산하는 게 특징이다. 각자 독립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되 그 결실을 상호연계, 즉 네트워킹을 통해 더욱 발전시킨다는 개념이다. 


이합집산 방법도 다양하다. 프라운호퍼연구소처럼 기업들이 지분을 대 당장 쓰일 과제를 기획해 공동 개발하는 것부터, 지금은 갈라섰지만 삼성과 보쉬가 협력사를 만들듯이 언제든 손을 맞잡는다는 식까지, 안 될 일이 없다. 


카트야 헤셀 바이에른주정부 차관은 “클러스터란 개념보다는 지식을 공유하는 식의 네트워킹이란 개념이 독일 기업엔 더욱 익숙하다”라고 말했다. 


한상은 KOTRA 뮌헨무역관장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독일은 원래 성주 중심의 봉건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어 각 성주 간 독립적이면서 또 협력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지금의 기업문화에도 녹아 있다. 이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멀고의 문제보다 얼마나 새로운 분야에 서로 관심이 있고 또 같이 뛰어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 융복합 강조 산업정책 


차세대 성장산업 앞서 제시 


‘종전에 잘하던 걸 다시 재조합’. 독일 연방정부의 산업정책 특성이다. 즉, 업체들이 융복합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도함으로써 부품·소재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일조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게 독일의 ‘생태적 산업정책(Ecological Industrial Policy)’이다. 2006년 10월 발표한 이 정책은 우리로 치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처럼 독일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집대성한 것. 독일 연방 환경·자연보호·핵안전부가 추진한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 신재생에너지 활용 극대화를 통해 산업 체질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프로젝트다. 


요아힘 슈발바흐 훔볼트대 경영대 교수는 “융복합 과제를 정책으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니 독일 부품·소재기업들이 이를 시장으로 보고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독일이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만 852개, 그중 태양광, 풍력 등 새로 떠오르는 기계산업 분야에서 지난해 1위 상품이 총 58개에 달하는 비결이다.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는 이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시장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미래 성장 잠재력 분야에 대한 투자를 극대화하되, 정부가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점, 경제, 환경, 고용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뉴딜(New Deal)’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강력한 추진체계를 구축한 점’을 배워야 할 점으로 꼽았다. 


3. 퍼펙치오니스무스 (Perfektionismus·무결점주의) 


작업공정 수치화로 효율성 높여 




미국 경영학계는 1970년 이후 제품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개념인 6시그마, 린(Lean) 경영 등을 강조했다. 100만개 중 서너 개의 불량품만 나오도록 생산 공정을 혁신한다는 이론이다. 


반면 독일 부품업체들은 일찌감치 퍼펙치오니스무스(Perfektionismus), 즉 무결점주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생산 공정을 끊임없이 바꿔 효율을 높이는 게 하나, 품질 테스트를 국제 규격 이상으로 엄격하게 하는 게 또 하나다. 이때 중시하는 건 숫자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식의 눈대중이 아니라 모든 공정, 테스트 횟수, 내구성 등을 수치화하고 또 이를 해당 직원들이 숙지하도록 시스템화했다. 지멘스 암벡 공장은 입구에 대형 모니터를 통해 전체 생산 공정을 근로자들도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작업자가 현장에 배치되면 개별 모니터를 통해 오늘 할 작업량과 작업의 품질 등을 한 번에 알 수 있게 해놓은 것도 특징이다. 


부품들 역시 RFID(무선주파수로 추적할 수 있는 전자태그)를 도입, 생산단계부터 10년 이상의 이력을 찾아볼 수 있게 했다. 품질 테스트도 남다르다. 명품 가전업체 밀레(Miele)는 ‘Immer Besser(지금보다 더 나은)’란 모토로 부품 테스트 기간을 일반 업체의 2배 이상으로 설정해 한 제품을 20년 이상 쓰도록 한다. 모터의 경우 1만시간의 혹독한 테스트를 거치는 건 기본이다. 진공청소기를 예로 들면 공장 라인 곳곳에 충돌, 소음, 모터팬 진자운동, 미세먼지, 전선변형, 낙하, 핸들 등 테스트 공간을 마련해두고 중간 공정에서도 수시로 품질 테스트를 하는 게 특징이다. 


사내 제안 제도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슈발바흐 교수는 “직원들이 개선점을 스스로 찾아 제안하면 회사는 이를 수치화해서 매출액 기여분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주는 식으로 시스템화한 게 혁신의 생활화를 이끌어낸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4. 소프트웨어+하드웨어=모듈 


솔루션으로 묶음 판매 


“독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Deutsches Ordnung’로 직역하면 ‘독일식 질서, 규칙’을 의미합니다. 단계가 있고 장기적인 안목을 중시하는 거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준비 과정과 토론을 거칩니다. 결정 전까지 꽉 막히고 느린 듯 보이지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도출한 기업 전략은 지금 시대에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집약된 부품(combined solution) 전략이 이런 거죠. 단순히 부품 하나만 팔기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에다 솔루션을 끼워 파니 장기 계약을 안 할 수 없는 겁니다.” 


크리스토프 버거 교수 설명이다. 


독일 발도르프에 본사를 둔 SAP의 성장사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SAP는 서버, 디스크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판매하는 전략으로 지난해 21조26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크리스토프 교수는 “소프트웨어 업체를 표방하지만 하드웨어 제조의 전문성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에 제품 하자가 발생하거나 오류가 있더라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더불어 기업마다 맞춤형으로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니 더욱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런 전략은 지멘스, 보쉬, 콘티넨탈 등 다른 독일 업체들 전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종갑 지멘스코리아 회장은 “지멘스가 자동차, 해양·조선, 화학, 철강 등 다양한 부품 분야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 설계부터 개발, 영업, 서비스는 물론 운영 시스템까지 지원한 덕분이다. 금융위기처럼 1~2년 내 단기 위기가 오더라도 매출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고 전했다. 


5. 도제(Lehrling) 제도로 상시 숙련공 양성 


현장서 바로 활용되는 실업교육 


메르켈 정부 출범 이후 독일 부품업체들은 주당 35시간 근무를 준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독일 부품 경쟁력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생산성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장인(匠人), 즉 마이스터다. 한상은 관장은 “마이스터 급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제(Lehrling) 제도를 통해 상시 숙련공을 조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독일 부품업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도제 제도의 핵심은 학업과 실습을 병행하는 이원화 시스템(Dual System)이다. 독일은 통상 인문계 중등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 외에 실업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학업 성적에 따라 실업계 학교인 레알슐레(Realschule),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로 진학한다. 이후엔 학업과 기업체 현장 실습을 병행하는 베루프슐레(Berufsschule)를 선택할 수 있다. 이틀은 베루프슐레에서 이론을 배우고, 나머지 3일은 기업에서 실무를 도제식으로 배운다. 3년간의 실습을 마친 후에는 독일 상공회의소(IHK)에서 실시하는 시험을 거쳐 전문 직업인 인증을 받아 교육받았던 회사에 입사한다. 


이들 중 1년 과정의 마이스터학교에서 이론, 실습을 병행하면 국가시험을 통해 마이스터가 된다. 


설광일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회 팀장은 “기업들이 실업학교에 설비를 대주고 학생들을 육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채용한 직원들의 재교육을 실업학교에서 병행해 유기적으로 숙련공을 조달한다. 불필요한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 점, 대학을 졸업한 관리직보다 마이스터의 연봉이 높은 점 등은 꼭 배울 점”이라고 강조했다. 


[뮌헨·뉘른베르크 =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64호(12.07.4~7.10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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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산업이 미래 경쟁력]부품·소재 강국을 가다 - 일본…0.01㎜ 정밀가공기술로 승부

기사입력 2012.07.09 09:30:58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나이트페이저의 요코타 신이치로 대표가 금속가공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도쿄 오타구(大田區)에 위치한 이와이공업. 회사라고 하기엔 직원이 단 한 명에 그친다. 이 회사 대표를 맡고 있는 이와이 씨(73)뿐이다. 그러나 이와이공업의 기술력은 어느 중소기업 못지않다. 원통 표면을 깎는 기술은 다른 곳에서 흉내조차 못 내기 때문이다. 주요 거래처는 도쿄전력, 간사이전력. 일본 원자력 발전소의 원심통은 이와이 씨의 손을 안 거친 게 없을 정도다. 늘어나는 주문 물량을 감당하는 데 한계치에 달했을 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갑자기 일감이 사라진 것이다. 이와이공업은 문을 닫았을까. 


그렇지 않다. 이와이공업의 원통 깎는 기술은 구멍 뚫는 기술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에 쉽게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드릴로 미세한 구멍(0.03㎜)을 뚫는 작업을 했다. 최근에는 일본 철도회사 JR동일본에서 찾아왔다. 우리나라 KTX와 비슷한 고속철 신칸센의 제어장치에 충격을 흡수하는 소재가 필요한데 이 기술을 가진 회사가 이와이공업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진공펌프를 만드는 미츠미제작소는 직원이 25명으로 이와이공업에 비하면 그나마 회사다운 면모를 보이는 기업이다. 이 작은 기업도 일본 국내에서는 큰소리를 치는 기업 중 하나다. 일본 진공펌프 시장은 미츠미제작소가 100%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창 때는 해외에서도 ‘미츠미제작소의 진공펌프가 최고’라는 소리를 들었다. 세계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는 기업 미츠미제작소. 전체 매출은 15억엔(225억원)으로 크지는 않지만 직원 1명당 매출로 따지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중소기업도 내수보다 해외 공략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가까운 오타구에는 마이크로 기업 또는 마치코바(작은 공장)가 4788개에 이른다. 캐논, 세가, 알프스전기처럼 일본의 대기업들도 오타구 내에 공장을 갖고 있지만 99%는 마이크로 기업이다. 이들 기업들은 80%가 가공업체, 나머지 20%는 정밀 제작업체다. 오타구 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오타구 내에 위치한 기업들 중에는 이와이공업, 미츠미제작소처럼 세계 시장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특수기술을 가진 회사가 200여개나 된다. 


일본에선 오타구와 비슷한 곳이 오사카에 또 하나 있다. 바로 오사카 동쪽에 위치한 히가시오사카(東大阪). 일본 중소기업의 메카라 불리는 이곳에는 마치코바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공장 수로만 따지면 오타구보다 많다. 무려 6000여개. 그중에서도 금형 제작기술을 보유한 아오키는 히가시오사카의 자랑이다. 1961년 아오키철공소란 이름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처음에는 농업기계, 건설기계 부품을 생산해오다 1980년대 중반 항공기 부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아오키는 현재 글로벌 기업 보잉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다. 직원 30명의 회사가 기술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기업의 협력업체가 될 수는 있지만 1차 협력업체로 지정됐다는 건 대단한 성과다. 아오키 도요히코 아오키 사장(66)의 얘기다. 


“보잉이 일본의 기업 시스템을 완벽히 공부했어요. 일본 중소기업들도 결국엔 대기업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죠. 보잉은 미쓰비시, 가와사키중공업 등 대기업을 1차 협력업체로 지정해요. 중소기업들은 보잉에 직접 납품하기가 힘들죠. 몇 차례 보잉 본사에 찾아가 직접 거래하자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어요. 그때 보잉에서 항공기 동체 안에 벌집 모양처럼 생긴 가볍지만 단단한 구조물을 넣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기회가 온 거죠. 정밀 제작기술이 요구되는 일이었기에 우리에게 맡겨달라고 했습니다.” 


보잉은 아오키의 기술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항공기 동체 내부의 60%에 들어갈 부품을 아오키에 맡긴다. 보잉에서 재료를 공급해주면 아오키가 가공하는 식이다. 품질관리도 보잉 본사에서 직접 한다. 지난해 아오키 오사카 공장에서는 3억엔(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도쿄·오사카=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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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산업이 미래 경쟁력]일본 왜 강한가…기술력 유지하려 개방·협업 선택

기사입력 2012.07.09 09:30:41



20년간 지속되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는 국가가 일본이다. 다른 나라 같으면 벌써 흔들렸을 거란 얘기도 들린다. 일본과 다른 나라의 차이점은 뭘까.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경기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의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의 경쟁력은 크게 5가지로 압축된다. 


1. 조직화된 수직계열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유지에 도움 





일본 기업들의 강점은 조직화된 수직계열화에서 나온다. 항공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가와사키중공업,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의 대기업과 손을 잡고 차세대 항공기를 제작한다. 이들 기업들의 항공기 제작 기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나기 때문은 아니다. 일본 항공 관련 업체 중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만이 유일하게 소형기를 개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이들 기업들의 뒤에는 정밀 금속 가공기술을 가진 협력업체들이 수십여 개씩 있다. 가와사키중공업만 하더라도 그 밑에는 일본에어텍, 우에무라제작소, 미쯔전기 등 정교한 항공 부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존재한다. 수십 년간 함께 해온 회사들이다.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들은 사실 이들 업체들의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꿈의 여객기로 알려진 보잉 787 드림라이너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일본인들이 이 차세대 항공기를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전략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만 여전히 이 전략은 일본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의 첨단 기술을 보유한 소재 기업들은 수직계열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일본 내부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일본 화학소재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2. 니치 톱(niche top) 


틈새시장 공략으로 시장 선점 


일본 기업들은 틈새시장 선점 전략을 펼친다. 이를 ‘니치 톱(niche top)’이라 부른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격차를 벌려 위기가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시장 규모가 작아 다른 나라에서 선뜻 나서지 않는 분야에도 적극 나선다. 일본은 세계 반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60%를 차지하는데 그중에서도 금속소재와 도금기판 등은 거의 10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인다. 액정과 반도체용 재료에서도 핵심 제조장비, 부품은 대부분 일본에서 공급한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은 시장 규모가 작더라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확보할 경우 외부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가격설정자(Price setter)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 일단 경쟁력을 확보하면 상대적으로 장기간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3. 모노즈쿠리(もの造リ) 전통 


고도의 기술 요구되는 분야에서 강점 


일본 제조업의 전통은 흔히 ‘모노즈쿠리’로 요약된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제조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모노즈쿠리의 핵심은 3현주의를 바탕으로 한 가이젠(개선) 활동이다. 현장, 현물, 현실 등 3현을 강조하고 경영자부터 말단 사원까지 혁신을 강조하면서 개선 활동을 외치는 것이다. 실제 일본 중소기업들은 모노즈쿠리를 기반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후쿠다금속은 공업용 금속 분말과 금속 박 분야에서, 아테크트는 반도체 포장 테이프에서, 쇼와진공은 진공 증착기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중반에도 일본은 경영 혁신에 매진하면서 전통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노즈쿠리 전략을 펼쳤다. 이때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4% 이상을 기록하며, 1990년대와 2000년대 평균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제조 자체를 모노즈쿠리 이념으로 신성화하면서 고객 체험을 다소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다수의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이 지금까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혼이 담긴 제조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990년대 이후 모듈 형태로 조립만 하는 자동화 방식이 도입되면서 모노즈쿠리의 의미가 퇴색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화학소재 업종 등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제조업에서는 여전히 모노즈쿠리가 제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모노즈쿠리의 힘을 키우기 위해 수요·공급업체 간 기술 승계도 추진 중이다. 최종 가공조립 기업과 부품·소재 기업이 협력해 기술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동차, 정밀기계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 업종은 생산 과정에서 최종 조립업체와 부품·소재업체 간 밀접한 정보 교환을 통해 미세조정을 해나가는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단카이 세대의 대량 퇴직과 인구 감소에 따라 기능 승계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공급업체들의 기능 승계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면서 수요·공급업체 간 기능 승계에 상호 협력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4. 오픈 이노베이션 


불황 속에서도 R&D 투자는 계속 




최근 들어서는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에서 다소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하거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꾀하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핵심 기술을 갖고 다른 분야에 적용해 보자는 것인데, 이는 섬유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일본 섬유기업 닛신보는 합성화학 기술을 계속 심화해 섬유 기술을 자동차용 브레이크 분야에 적용하기도 했다. 도레이, 테이진 등 합성섬유 기업은 정보전자 소재나 첨단 구조재를 개발했다. 


일본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오랜 경기침체 가운데서도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9년 기준 일본 기업들의 연구개발비(2.68%)가 절대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상대적 비중에서도 한국(2.49%)을 여전히 앞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의 연구개발 형태는 기업 내 연구개발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외 연구개발 투자도 강화했다. 사외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1991년 6% 수준에서 2007년 14.5%로 증가했다.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성공한 일본 기업을 보면 회사가 가진 고유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마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기존 기술을 심화하거나 검사·분석, 설계, 장비, 재료 등 기존 고유 기술을 갖고 첨단 기술을 차별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런 방식은 개발 속도의 향상뿐 아니라 선도 기업이나 후발 기업과의 경쟁 우위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5. 산업 기반의 클러스터 


동종 산업 중기 간 기술 제휴 활발 


이뿐 아니다. 일본 내에서는 한때 교토식 경영을 배우자는 열풍이 불었다. 교토식 경영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 특화와 열린 수평적 분업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자연스레 산업 기반의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과거 일본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지역마다 클러스터를 지정했지만 결국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지역 기반의 클러스터 정책은 실패한 정책으로 전락한 바 있다. 


그러나 산업 기반의 클러스터는 자생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지 않는다. 도쿄 오타구, 히가시오사카의 중소기업들도 서서히 한데 뭉쳐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히가시오사카에 소재한 10여개 중소업체들이 각자의 기술을 동원해 인공위성을 만들어 낸 것도 클러스터의 힘이다.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클러스터는 예전의 청계천 같은 스타일이다(과거 청계천 주변에는 전자·전기 공구 부품 상가들이 모여 있었다). 청계천 사람들이 모이면 우주선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실제 일본은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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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산업이 미래 경쟁력] 한국 부품·소재산업 현주소 수출 세계 5위…원천기술은 부족

기사입력 2012.07.09 09:32:09



한국 주력 산업은 IT,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기계 등 중화학공업 완제품산업이다. 한국은 이들을 주축으로 한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지녔다. 


일부에선 이 같은 한국 산업구조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IT, 자동차 등을 대신할 신성장산업의 출현이 지연되고 있고, 주력 산업에 대해서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력인 IT 제품의 경우, 2007년 이후 1000억달러대에서 정체 상태다. 


2001년부터 정부에서 ‘특별법’을 만들면서까지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나선 배경이다. 이후 한국의 부품·소재산업은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규모로는 세계 5위권에 올라선 데다, 고질적이던 부품·소재 분야 대(對)일 수입 의존도는 2001년 28.1%에서 지난해에는 23.5%로 줄어들었다. 


부품·소재 부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기준 874억달러에 이른다. 부품·소재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1%로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해 부품·소재 흑자 874억달러 


한국 부품·소재산업의 약점 


- 여전한 대일 무역 역조 


- 핵심 소재산업 원천기술 부족 


- IT 부품·중국 중심의 편식 


- 지나친 대기업 중심 수직계열화 


- 불안한 노사관계 등 사회적 비용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부품·소재산업이 구조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중은 줄었지만 부품·소재 분야 대일 무역 적자액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해 2001년 대비 2.2배 증가한 227억달러에 이르렀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부품·소재 대일 무역 적자 누계액은 1904억달러로 같은 기간 전 산업 무역수지 적자의 70%를 차지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대일 수입 상위 품목 중 전자 부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전히 고부가가치 부품·소재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LCD를 보호하는 TAC필름은 99.6%, 반도체용 금선(gold wire)은 80%를 일본에서 수입한다. 


반도체, LCD를 갖고 있는 IT와 최근 선전하고 있는 자동차 덕분에 부품 분야 경쟁력은 올라섰지만, 소재 부문은 여전히 취약한 것도 문제다. 핵심 IT 소재는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을 독식하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세계 수출 시장의 3% 남짓을 차지한다. 핵심 소재 분야 수준은 선진국 기술의 60%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소재 분야는 원천 기술을 가진 몇몇 업체를 중심으로 과점화하고 있어, 시장 개척이 쉽지 않다. 


한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품·소재 자본재 수입 비율은 1994년 17.1%에서 지난해에는 28%로 증가했다. 중간재와 자본재의 상당수가 부품·소재 분야에 해당한다. 따라서 부품·소재 부문에서 일정 수준 이상 국산화가 보장돼야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산업의 허리라 할 수 있는 부품·소재산업이 여전히 취약해서 부가가치의 과도한 해외 유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부문에 대한 핵심 기술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국산화가 보장돼야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전장 국산화율 10% 불과 


편식 현상도 과제다. 


부품·소재 상위 5대 품목은 LCD, 자동차 부품, 메모리 반도체, 합성수지, 기타 IC칩 등이다. 자동차 부품을 제외하면 IT 비중이 높다.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도 전장 분야는 여전히 독일, 일본 등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자동차 전장 국산화율은 10%에 불과하다. 


지역적으로는 중국 편중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의 부품·소재 수출 중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은 8%와 6%대에 머물면서 감소세다. 하지만 중국으로의 수출은 2001년 15%에서 최근 36%까지 올라간 상태. 


근본적으로는 여전히 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에서 중견·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철강 소재 분야 기업의 한 임원은 “대기업에 납품하고 제품 개발을 같이 진행하는 등 큰 도움을 받는 게 사실이다”라면서도 “금융기관 대출을 받으려 해도 대기업 납품 계약서가 있어야 하고, 단가 문제에 있어서도 주도권을 쥘 수 없어 아쉬운 측면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원은 “부품·소재산업 발전을 위해선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고 불안요소가 있으면 부품·소재산업 발전은 힘들다”면서 “이런 점에선 독일이 이상적인 모습”이라 말했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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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산업이 미래 경쟁력] 그래픽으로 본 한국의 부품·소재산업

기사입력 2012.07.09 09:31:47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2001년 3조원에 불과했던 무역수지는 지난해 100조원을 넘어섰다. 수출 품목도 다변화됐다.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됐던 10년 전과 달리 액정표시장치, 자동차 부품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비중이 커졌다. 중핵기업(국내 매출 규모가 2000억원 이상 되면서 수출 1억달러 이상을 달성한 기업)은 2004년 155개에서 2009년 기준 241개로 5년 만에 50% 이상 늘어났다. 












[임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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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산업이 미래 경쟁력]부품·소재산업 업그레이드는 어떻게…IT 융합된 창조형 제품 개발이 관건

기사입력 2012.07.09 09:29:59



지난 2001년 정부에선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부품소재특별법을 내놓았다. 부품·소재산업은 그간 자동차, IT 등 전방산업의 호조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냈다. 하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부품·소재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정부와 기업, 학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표참석자 :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나우주 엘엠에스 대표, 민동준 연세대 공과대학장, 배철한 인터플렉스 대표 




전호림 국장(이하 사회) :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을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평가하는가.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이하 김 실장) :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달라진 위상은 해외에서 실감할 수 있다. 일본의 도요타와 유럽의 아우디, 벤츠가 국산 부품을 쓰기 시작했고, 미국 보잉사는 한국을 방문해 에코 마그네슘, 에코 알루미늄 등 한국에서 개발된 소재를 쓰겠다며 3개월 전 지식경제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 일본 소재 기업들은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국내 부품·소재 경쟁력을 수치화해 보면 2001년 70% 수준에서 지난해 93%까지 올라간 것으로 평가한다. 신제품 개발 기술, 설계 기술 경쟁력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성과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제 부품 경쟁력은 선진국과 다름없고, 핵심 소재는 선진국과 4~5년 격차가 있다. 핵심 소재는 수치상으로 표현하면 60~70%정도밖에 안 돼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배철한 인터플렉스 대표(이하 배 대표) : 전방산업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국내 대기업들이 선방해준 덕택에 부품·소재산업이 같이 발전할 수 있었다. 일본의 소니나 도요타가 한순간의 실수로 추락한 반면, 국내 대기업들은 눈에 띄는 실책 없이 공급을 주도했다. 앞으로 핵심 인재 육성에 더 신경 쓴다면 10년 안에 소재도 부품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나우주 엘엠에스 대표(이하 나 대표) : 삼성, 현대차 같은 세트업체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퀄리티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폴로업형 부품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는 거다. 수동적인 방식으로는 선진국을 능가하지 못한다. ‘창조형 부품’이 많이 공급돼야 한다. 즉 부품회사가 세트업체에 역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 아직 이런 역량은 부족하다. 


민동준 연세대 공과대학장(이하 민 학장) : 대기업이 이끌어주는 양적 성장 덕분에 부품 경쟁력이 90%를 넘어섰지만 나머지 10%를 채워야 글로벌 기업을 따라갈 수 있다. 폴로업형 부품산업은 5년 내 구조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창조형 부품전략을 지향해야 할 이유다. 예를 들어 요즘 자동차업계에선 전장화, 경량화가 가장 큰 이슈인데 이런 분야에서 완성업체에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정부 지원은 사회에 주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해야 산업이 여기에 맞춰 따라가게 된다. 


사회 : 부품소재특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흘렀다. 정부 지원이 제대로 됐다고 보나. 


김 실장 : 부품소재특별법 시행 10년간 약 2조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이 중 1조5000억원이 핵심 부품·소재 연구개발(R&D) 지원에 사용됐다. 이를 통해 산업계가 발생시킨 매출이 6조1000억원이니까 지원 예산의 4배가 넘는 효과를 낸 거다. 수출액도 부품소재특별법 시행 당시 620억달러에서 지난해 229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대일 수입 의존도 역시 2001년에 28.1%였는데 지난해 23.6%로 떨어졌다. 작은 변화지만 10년간 꾸준한 개선이 있었다고 본다. 


나 대표 : 부품산업은 정부의 부품소재특별법과 WC300 등 정부의 마스터플랜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WC300은 2020년까지 세계 수준의 전문기업 300개를 육성하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사업을 말하는데, 중소·중견기업이 커 나가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된다. 굉장히 좋은 정부의 마스터플랜을 그대로 갖고 가줬으면 좋겠다. 이것만 꾸준히 실행하면 50년 뒤 우리나라에도 듀폰이나 도레이 정도는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부품과 소재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 소재는 그야말로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자금 1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할 때 10개 기업에 10억원씩 지원해서는 100~300년이 된 전통 있는 해외 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다. 포퓰리즘으로 지원할 게 아니라 효율성을 따져서 잘하는 회사를 꾸준히 지원해야 20~30년 안에 해외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본다. 


소재산업은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 


사회 :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이 많이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히 보쉬, 지멘스 같은 기업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직까지 기술력, 제품 개발력 등이 뒤처져 있다는 방증 아닐까. 


배 대표 : 보쉬, 지멘스보다 나은 회사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익률만 따져보면 오히려 현대모비스가 더 낫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전 세계 LCD 완제품사에 자사 부품을 50% 이상 공급하는데, 역시 보쉬보다 이익률이 더 높다. 물론 매출액은 아직 작지만 이익률과 기술 노하우는 그들을 능가한다. LG이노텍의 카메라 자동초점 방식은 세계 유일의 특허를 보유했다. 인쇄회로기판(PCB) 분야 역시 몇 달 안에 일본을 넘어설 전망이다. 과거 10%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불과 몇 년 사이 5 대 5가 될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에도 숨은 진주가 많다고 본다. 


김 실장 : 국내 매출 규모가 2000억원 이상이고 수출 1억달러 이상인 기업을 중핵기업이라고 하는데, 독일의 히든챔피언과 비슷한 개념이다. 국내에 이런 기업이 많지 않은 건 맞다. 대기업 계열의 부품·소재기업도 중요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이 커 나갈 필요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부품·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지 20~30년이 채 안 됐기 때문에 유럽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기업과 비교하기는 무리다. 


민 학장 : 국내 부품산업은 전체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큰 편이다. 독일은 유럽 전체를 내수시장으로 삼을 수 있지만 우리는 거의 수출이다. 매출 500억원 전후 기업은 R&D 비용 감당 못 한다. 중핵기업이 10배 이상 성장하도록 좋은 인력과 자금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완성업체에 역제안을 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필요도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 헤드라이트업체 중 하나는 유리에 서리가 안 끼도록 반사율을 좋게 하는 기술 하나로 국내 헤드라이트 60%를 장악하고 있는데 좋은 본보기가 된다. 


대기업 SI업체들의 中企 지배 막아야 


사회 : 시장 규모나 역사 등에서 뒤처진 점은 어쩔 수 없다고 치고, 그럼 앞으로 주력으로 밀고 나가야 할 부품·소재 분야는 무엇일까. 


김 실장 : 전장화와 IT 융합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앞으로는 자동차에 IT 지식을 융합하는 것처럼 전 산업에 IT가 결합돼야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이 부분을 국내 고유의 경쟁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민 학장 : KT와 세브란스병원이 합작하고,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해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종산업의 결합이 요구되는 시대다. 우리가 독일과 붙어볼 만한 분야는 전장화이기 때문에 IT 기술을 활발히 접목해야 된다. 


사회 : 부품·소재 분야에서 전장과 IT 융합이 트렌드라면 역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소프트웨어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김 실장 : 가장 취약한 분야가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1조달러 규모인데 국내 비중은 2%가 채 안 된다. 소프트웨어는 크게 IT서비스, 패키지 소프트웨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로 나뉘는데 이 세 가지 영역 중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제일 취약한 반면 전장부품 등에 들어가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대기업 SI업체들에 의한 중소기업 지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상호출자집단 대기업의 공공사업참여제한 대책을 내놨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크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잘돼야 하는데 불공평한 지배관계에서는 상생 발전이 절대 안 된다. 정부 입장은 대기업이 해외로 진출해서 돈을 벌어오고, 국내 시장에서는 중견 전문 기업들이 커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거다. 


민 학장 : 인력에 대한 대우도 바뀌어야 한다. 무형의 지적재산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한 우수한 인재들이 소프트웨어 쪽으로 이동하지 않을 거다.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를 졸업해도 SK텔레콤이나 KT 등 통신업체로만 가려고 한다. 대우가 나쁘기 때문이다. 


사회 :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민 학장 : 대학에서도 할 일이 많다. 공과대학에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신소재·재료·금속공학 관련 학과는 학부생이 1000명이 채 안 된다. 우리는 3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졸업 후 소재 쪽에 몸담을 인력은 얼마 안 된다. 국가적 낭비다. 학문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나 대표 : 기술인력과 기능인력을 나눠서 생각해볼 때 기능인력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중소기업은 연구개발 못지않게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기능직 인력을 모으는 데 정부가 앞장서면 중소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이스터고가 도입되면서 새롭게 부각받긴 했지만 여전히 대우가 좋지는 못하다.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사회 :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특허, 지적재산권 분쟁이 이슈다. 


민 학장 : 지적재산권 보호와 특허 유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대학도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한 유지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학에서 특허를 유지하기란 재정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허 유지를 위해서는 기업과 대학이 특허를 공유해야 하는데 기업이 잘 안 하려 한다. 기술 이전을 하게 되면 기술 이전료에 세금이 매겨지는데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 또 중요한 건 돈이 되는 특허를 알아보는 혜안이다. 특허 옥션을 만들어 역경매 하듯이 가치를 매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 대표 : 글로벌 기업들이 과거에는 지적재산권 문제가 불거져도 그냥 넘어갔지만, 국내 부품업체 위상이 높아지면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기업 내에 특허 인력을 유지하기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R&D 지원과 더불어 특허에 대한 지원도 정부에서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 


저가 제품은 중국 활용




사회 : 중국의 추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영원히 중국을 앞선다고 볼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 


배 대표 : 중국과는 경쟁도 해야겠지만 분업을 통해 상호 발전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인터플렉스가 삼성, 모토로라 등의 수주를 받으면 하이엔드, 미드엔드는 국내 공장에 맡기고, 로우엔드는 중국 공장으로 보낸다. 전체 생산의 3분의 1은 중국에서 이뤄진다. 만약 국내에서 하면 인건비 때문에 적자가 날 수도 있지만, 분업의 효율성을 잘 이용했기 때문에 적절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거다. 


민 학장 : 중국은 지금 우리보다 15년은 뒤처져 있다. 상하이나 베이징을 가보면 우리나라의 1995년 느낌이 난다.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이나 자본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분위기와도 같이 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격차가 크다. 2020년 내외에 격차가 없어진다고 보면, 우수한 인재들이 그때까지 산업 전반에 포진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사회 : 정부 지원에서 중견기업이 소외됐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 지원은 줄이고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가야 하지 않나. 


김 실장 : 지난해 지식경제부에서는 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중견기업 개념을 도입하고,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5월에는 중견기업과 관련된 정책만 다루는 국도 신설했다. 지식경제부가 R&D 자금을 지원하는 분야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으로 나뉘는데 2015년까지 전체 R&D 지원자금의 40%를 중소기업에 할당할 예정이다. 대기업은 R&D 사업자 선정 대상에서 아예 뺄 거다. 대기업이 불가피하게 끼게 되는 경우는 중소기업과 엮여 있을 때뿐이다. 즉 중소기업이 성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수요연계형 공동개발사업’에 한해서만 대기업을 지원해줄 예정이다. 


나 대표 : 최근 들어 중견기업 2세 경영 시동이 슬슬 걸리고 있는데, 중견기업을 키우려면 정부 지원 못지않게 2세 경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제3자에게 사업을 넘기면 장인정신이 사라질 위험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가업승계와 인수합병(M&A)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데, 중견기업이 고용 창출과 같은 사회적 의무를 다한다면 이런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행법상으로는 2~3세대로 가업이 승계되면 상속세를 45%가량 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지분 유지가 힘든 상황이다. 


[사회 : 전호림 매일경제 주간국장 / 정리 : 임혜린 기자 /사진 : 박정희 기자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64호(12.07.4~7.10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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