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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크랩][매일경제][세상사는 이야기] 눈을 감고 연습하니 기적 일어나

[세상사는 이야기] 눈을 감고 연습하니 기적 일어나
 
기사입력 2012.04.06 17:01:26 | 최종수정 2012.04.06 18:47:13


"연습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 자주 듣는 질문이다. 연습은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늘 반복해야 하는,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고 약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막상 어떤 점을 어떻게 연습해서 보충할 것인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은 과제다. 

여덟 살 때였던가, 첼로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났을 무렵에 조선 중기 서예가 한석봉(1543~1605) 위인전을 읽었다. 절에 들어가 공부를 하던 한석봉은 어머니가 그리워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아들이 "이제 더 배울 것이 없다"고 말하자 어머니는 불을 끈 채 "난 떡을 썰고, 넌 글을 써 보자"고 했다. 불을 켜고 보니, 어둠 속에서 어머니가 썬 떡 모양은 가지런하고 반듯했으나, 한석봉 글씨는 비뚤비뚤했다. 그래서 한석봉은 다시 절로 돌아가 글 배우는 일에 매진했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들려드렸더니 아버지가 "한나도 불을 끄고 연습해보면 어떨까?"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 난 10년 넘게 밤에는 불을 끄고 연습하고, 낮에는 안대를 끼고 연습한다. 그 결과 `눈보다 손이 훨씬 더 정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예전에는 안 들리던 소리를 듣게 됐다. 결과적으로 내 귀는 훨씬 더 예민해지고 내 손은 비교할 수 없이 민첩하고 정확해졌다. 악기와 나 사이에 거리를 없애고 육감을 더욱 세밀하게 훈련하기 위해서는 `한석봉 어머니 훈련법`은 더없이 효과적이다. 

이 교육 방법은 체조에도 통한다. 좁은 봉 위에서 훌쩍훌쩍 날아다니는 체조선수들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이 아슬아슬한 스포츠를 어떻게 연습할까 늘 궁금했는데, 우연히 체조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됐다. 체조선수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바로 몸을 던져 연습하지 않는다고 한다. 먼저 그 동작을 반복해서 생각하며 마음으로 계속 그려본다. 그럼 두뇌는 이 새로운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 뇌신경세포들을 새로 만들고 심지어 근육신경도 준비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먼저 머리로 동작을 완전히 익힌 후에야 비로소 몸으로 연습을 시작한다. 그래야 육체적으로 처음 하는 운동 같지 않아 부상 위험이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몸은 마음을 따른다`는 이 사실이 새삼스레 너무 놀라웠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연습하는 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머리와 마음으로 연습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음이 다스리는 대로 움직이는 몸. 이것이 바로 환상적인 최선이다. 

알고 보면 연습은 재미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새로운 연습 방법은 수없이 많다. 수천 년 역사와 수많은 분야를 살펴보면 연습에 관해 새로운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훌륭한 위인들이 연습한 비법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우리는 연습 방식뿐만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던 철학까지 알게 될 것이다. 

가끔씩 "프로는 연습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프로 정신이 무엇인가. 프로를 보장해주고 세워주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목숨을 건 연습이 아닌가. 연습은 생명줄이다. 연습 없이는 나만 즐겁게 하는 아마추어일 뿐,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 예ㆍ체능을 넘어 의사도, 정치가도, 교사도, 어느 누구든지 진정한 전문인이라면 발전을 목표로 쉬지 않고 연습하고 있다. 

그러니 연습을 회피하지 말자. 연습은 체계적인 노력의 끝없는 `변주곡`이 되어야 한다. 결국 진정한 자기계발의 시작이자 잠재하고 있는 가능성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연습이야말로 꿈을 이루는 가장 탄탄한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