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 기업은 정부가 정책을 펴는 도구로 만든 인공적인 존재이지만 사람처럼 인간과 사회를 지배하기에 이르렀으며, 다면적인 인간 심리 가운데 오직 물욕만 추구하는 사이코패스 같은 존재라고 비판한다.
* 저자가 지적하는 기업의 구조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과 소유의 분리다. 기업을 소유하는 주주와 기업을 경영하는 전문 경영인은 각기 다르다. 기업이 파산해도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는 주식을 산 금액만 잃을 뿐 그 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주주들은 기업이 이익을 내는 한, 기업이 사회에 해를 끼쳐도 신경 쓰지 않는다. 둘째, 기업은 법적으로 사람(법인)으로 인정받아, 기업이 잘못을 저지르면 기업이 벌금을 물 뿐 경영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셋째, 경영자는 오직 주주의 이익 증대를 목적으로 경영하도록 법적으로 강요받는다.
* 방만한 기업경영은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도 우려한 점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흔히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을 규제철폐와 시장자율을 근거로 들고 인용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사실은 외면한다.
*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민영화와 규제철폐에 박차를 가하는 정부의 움직임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민영화와 규제철폐는, 이윤추구를 위해 비용을 외부에 전가하는 기업의 행위를 통제해야 할 정부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 아닐까.
* 최근 미국에서 신자유주의와 시장자율의 실패를 인정하고 정부역할을 강화하는 신케인스주의가 대두하는 상황...
<지은이의 말>
* 모든 기업에서 나타나는 조직 관성(institutional imperative)
* 경영학자 Peter Druker는 기업을 기관으로 분석한 최초의 인물...1946년에 내놓은 혁신적 저서 [기업의 개념]에서 기업을 처음으로 분석한 드러커는 모든 기업을 같은 조직질서와 조직목표를 가진 기관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 책의 목적은 기관(institution)으로서 기업(corporation)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것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 The Corporation's Rise to Dominance)
* 지난 150년간 기업(corporation)은 미약한 경제단체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오늘날 기업은 우리 삶을 지배한다. 우리가 뭘 먹을지, 뭘 입을지, 뭘 볼지, 뭘 할 것인지를 기업이 정한다. 우리는 기업의 문화.관념.관점 속에서 살아간다. 기업의 예전의 교회와 군주처럼 위압적인 건물에 들어서서 정교한 선전으로 스스로를 미화하며, 절대정의인 양 군림한다.
* 원래는 기업을 규제해야 할 정부를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모든 사회 분야에 손을 뻗칠 만큼 거대해진 기업의 존재는 전대미문의 현상이 되었다.
* 애덤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주주 대신 돈을 관리하는 경영자를 무슨 수로 믿겠느냐며, 기업을 만들다 보면 반드시 방만하게 경영되는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부론]을 출간한 1776년 당시, 영국 정부는 50년 넘게 기업을 금지하고 있었다. 익스체인지 앨리에서 일어난 기업 사기에 분노한 의회가 1720년에 기업설립을 금지했기 때문이다.(일부 예외조항은 있었다.) 이 법이 만들어진 계기는 바로 그 유명한 South Sea Company 사건이다.
* South Sea Company...
1710년 정부가 스페인 소유 남미식민지와 독점무역을 하겠다며 설립한 사우스시 컴퍼니는 설립 당시부터 영 석연치 않은 단체였다. 일부 유력 정치인이 포함된 이사진은 남미와 아무 연줄도 없고 남미를 알지도 못한 채 그저 막연한 기대만으로 회사를 세웠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처음부터 이사진은 사우스시 컴퍼니가 독점교역권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했다는 사실이다. 한 이사가 시인했듯, "스페인 상업을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을 발로 차버릴 만큼 스페인 왕이 실성하지 않고서야" 스페인 식민지와 교역할 권리를 영국에 나눠줄 리 만무했다. 그런데도 이사진은 영국에서 흔한 체셔 치즈, 봉랍, 피클을 남미에서 금으로 봐꿔 '대박'을 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다.
투자자가 구름처럼 몰리면서 사우스시 컴퍼니의 주가는 1년 만에 여섯 배로 뛰었다. 그러나 기업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주주들이 겁에 질려 주식을 내던지자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 영국 국민을 열광케 한 사우스시 컴퍼니는 1720년 파국을 맞았다....
사우스시 컴퍼니의 주식을 샀다가 패가망신한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사우스시 컴퍼니의 존 블런트 이사는 분노한 주주가 쏜 총에 맞았다. 이성을 잃은 군중이 웨스트민스터로 몰려들었다. 휴양지에 머물던 왕이 사태를 수습하러 황급히 런던으로 돌아왔다.
의회는 사우스시 컴퍼니 이사진을 소환조사해, '신뢰위반과 악질사기 혐의'로 벌금형에 처하고 일부 이사는 감옥에 보냈다. 비록 한 국회의원이 사우스시 컴퍼니 이사들을 독사가 든 돈주머니 속에 넣고 강에 던지는 형벌을 요구했지만, 경영진은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사우스시 컴퍼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1720년 영국 의회는 거품방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주식회사로 추정되는' 회사를 설립하거나, '정부 허가 없이 양도 가능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했다.
* 사우스시 컴퍼니의 거품과 속속들이 닮은 기업 스캔들이 잇달아 터지는 오늘날, 정부가 기업을 없애는 조치를 상상할 수 있을까. 기업비리가 터질 때마다 엄중 처벌하겠다는 엄포만 놓고 행동은 미온적인 미국 정부에게는 최소한의 개혁법안도 너무 멀게 보인다.
* 18세기 영국 의회의 신속 단호한 조치와 비교하면, 기업이 지난 300년간 정부의 기업통제권한을 무력하게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기관으로 성장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1720년에는 국회의원의 펜 앞에 무력했던 기업이, 지금은 정부와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권력이 됐다.
* 진정한 기업시대를 연사람들은 19세기 미국에서 철도건설 붐을 타고 재벌이 된 자본가들이다. 철도를 건설하려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철도산업이 커질수록 주식회사를 설립해 자본을 모을 필요가 커졌다. 미국에서 철도건설은 1850년대에 1차 붐을 이뤘고 남북전쟁이 끝나고 2차 붐을 이뤄, 1865~85년까지 놓인 선로의 길이는 16만 킬로미터가 넘었다. 철도산업이 커지면서 주식회사도 늘었다. 똑같은 현상이 영국에서도 일어났다. 1825~49년까지 대규모 자본이 철도산업, 주로 주식회사로 유입됐는데, 그 규모는 1825년 20만 파운드에서 1849년 2억 3,000만 파운드를 기록해 1,000배 넘게 증가했다.
* M.C. Reed는 [철도와 자본시장성장]이라는 책에서 "철도체제 발명과 보급의 가장 중요한 부산물은 주식거래시장 발달을 촉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과 영국에서 철도를 건설하기 시작한 19세기 초엔 소수 부자들만 기업에 투자했지만, 19세기 중반 철도회사 주식이 미국과 영국 주식시장에서 붐을 일으키면서 중산층이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코노미스트]지..."모든 사람이 주식에 빠졌다...가난한 직장인과 실업자마저 거대한 머니게임에 뛰어든다."
* 하지만 대중이 주식시장에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벽이 하나 남았다. 주식을 몇 주만 보유한 소액주주도 기업부채에 대한 무한대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기업이 도산하면 투자자는 집을 비롯해 모든 개인자산을 기업 채권자에게 뺏길 가능성이 있었다. 주식 몇 주 소유하는데 무릅써야 하는 리스크가 무한대에 이르니, 일반대중에게 주식이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없었다.
* 그래서 19세기 중반 기업인과 정치인들은 주주 책임을 주식 매입금액에 한정하도록 법을 고치려 했다. 100달러어치 주식을 산 주주는 기업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100달러 이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아. 이러한 유한책임(limited liability)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래야만 중산층을 주식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51년 영국 조합법특별조사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 냈다. "유한책임제도를 시행하면 재산이 많지 않은 사람도 부자들처럼 주식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주식투자는 투자자의 자존심과 지성을 높일 뿐 아니라, 사람들이 사회질서와 재산법을 준수하는 동기가 될 것이다."
이렇듯, 노동자를 자본가와 한배에 타게 하면 계급충돌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가 유한책임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근거로서 제시됐다.
* 유한책임에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도덕적 문제점을 들어 유한책임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기업이 망해도 투자자는 빠져나가는 유한책임제도가 수 세기 동안 경제를 지탱해 온 가치인 도덕적 책임감을 훼손할까 우려했다.
* 이러한 반대 속에서도, 1865년 영국 의회는 유한책임을 회사법에 포함했다. 19세기 후반 미국도 유한책임을 도입했다....이제 주식투자의 리스크-최소한, 주주가 얼마나 많은 돈을 잃을지 모르는 불확실성-가 제거됨에 따라, 주식시장의 문이 대중에게 활짝 열렸다.
* 1890~1910년까지 불과 20년 사이에 기업은 혁명적으로 변했다. 기업변화를 촉발한 것은, 기업들이 싫어하는 규제를 철폐해 기업들을 유치하려고 나선 뉴저지와 델라웨어 주정부였다.(델라웨어 주 기업 담당국장은 델라웨어가 '기업의 고향이라 불린 최초의 주'라고 말한다.) 두 정부가 취한 조치는 다음과 같다.
- 이전까지 있던, 기업 설립목적.영업기간.영업장소에 대한 제한을 철폐
- 인수합병 규제를 대폭 완화
-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정을 폐지
이 두 주에 기업을 뺏길까 우려한 다른 주들도 잇달아 법을 개정했다. 이러한 변화가 생기자, 기업이라는 사업 형태로 새로운 자유와 특혜를 누리려고 자본가들이 앞 다투어 기어을 창업하면서 기업수가 급증했다. 하지만 인수합병 규제가 사라진 탓에, 몇몇 대기업이 대다수 중소기업을 빠르게 흡수했다. 1898년, 1,8000개이던 기업이 1904년 157개로 줄었다.
10년도 채 되지 않아, 개인 소유의 소기업이 바글거리던 미국은 다수 주주들이 소유한 소수 대기업이 지배하는 경제로 탈바꿈했다. 주식회사 자본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 주주에게 기업 문제의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법률은, 책임을 질 사람을 찾아내야 했다. 그래서 찾아낸 사람(person)은 기업 자체였다...19세기 말까지 진행된 법 개정으로 기업의 법적 지위는 '사람'으로 탈바꿈했다. 기업은 피와 살로 된 사람(주주나 경영자)과 분리된 독자적인 존재로서, 실제 사람처럼 이름을 걸고 사업을 벌이고, 자산을 취득하고, 근로자를 고용하고, 세금을 내고, 권리를 주장하거나 행동을 옹호하기 위해 법정에 갈 수 있게 됐다...기업을 정부가 정책도구로 설립, 운영하는 기관으로 보는 시각은 수 세기 만에 사라졌다. 동시에, 기업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논리도 모두 사라졌다.
* 기업이 본격적인 정체성 위기에 최초로 직면한 때는 인수합병 열풍이 분 20세기 초다. 당시 미국인들은, 기업이 정부를 압도할 정도로 커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업은 윤리의식이 없는 비인간적 단체로서 영혼이 없는 괴물이라는 인식이 대중에게 퍼졌다. 기업비판 여론이 급격히 높아졌다.(노동운동 활성화도 이를 거들었다.) 정부가 기업을 더 강하게 규제하고 기업을 분할해야 한다는 여론이 드세졌다. 경영자들과 홍보전문가들은 기업과 대중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필요를 느꼈다.
* 1908년, 미국 전화 서비스를 독점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AT&T는 기업에 회의적인 대중이 기업을 좋아하고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 20세기 중반 32년간 굿이어타이어 회장으로 일하면서, 신자본주의의 운동에 앞장선 Paul Litchfield는 '자본주의가 생존하려면, 자본가와 노동자가 대립하는 대신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해야 한다"라고 믿었다. 리치필드 회장은 일부 기업인에게 사회주의자라는 욕까지 들어가며 굿이어타이어 직원과 가족에게 의료.복지.교육 혜택을 제공하고, 회사운영에 직원 의견을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리치필드가 가장 자랑스러워한 업적은 미국의회를 본딴 직원의회를 만들어 직원들이 임금인상을 비롯해 직원복지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이끈 점이다.
리치필드 회장은 굿이어타이어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직원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굿이어는 인간적 가치가 살아 있는 기업이다. 굿이어가 빠르게 업계 정상에 오른 요인은 우수한 경영과 함께, 이러한 인간적 가치 덕분이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다시 높아진 시기는 대공황을 겪은 1930년대다. 기업의 탐욕과 경영실책이 대공황을 촉발했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서 널리 퍼짐에 따라 기업을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미국인이 늘었다.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처럼 기업이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1933년 루이스 브랜다이스 판사의 대법원 판결문에 공감하는 미국인이 많았다. 이러한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인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주목했다. 정부에 기업규제를 촉구하는 국민여론을 잠재우고, 국민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이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 1934년 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내놓았다. 뉴딜은 기업의 권력과 자유를 억제해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회북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규제개혁 법안이다. 그리고 기업을 규제하려는 체계적 시도로서 역사상 처음 나온 정책이자, 이후 규제국가(regulatory state)의 발판이 된 정책이다.
당시 많은 기업인들은 뉴딜정책을 비난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인들이 모여 루스벨트 정권을 전복할 음모를 꾸몄다. 비록 실패했지만, 기업인들이 얼마나 루스벨트를 증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딜 정신은 규제국가를 추구하는 정권이 계속 들어서면서 이어졌다. 이후 50년간 기업의 힘은 계속 커졌지만,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기업규제, 노동조합, 사회복지의 확대로 상쇄됐다.
하지만 19세기에 증기기관과 철도라는 신기술이 새로운 법과 이데올로기를 만나 거대기업을 낳았듯, 신기술과 법, 이데올로기(경제적 세계화)가 다시 만나 기업규제 강화 추세를 역전하고, 기업이 전례없는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들었다.
* 1973년 유가급등이 세계경제를 강타했다. 석유수출국들이 석유수출국기구(OPEC)라는 카르텔을 만들어 원유공급량을 통제해 석유 가격이 올랐다. 실업률과 물가가 급등하고, 심각한 경기후퇴가 이어졌다. 1970년대까지는 뉴딜 정신에 따라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고 시장에 개입하는 정책들이 보편적이었는데, 이러한 정책으로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래서 서구의 각국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방임주의를 신봉한 고전학파 경제학처럼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중시하고, 국가경제에서 정부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영국 총리로,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뉴딜 정신과 뉴딜정책으로 유지된 한 시대가 끝났다. 이후 20년간 정부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정책인 규제완화, 민영화, 감세, 물가억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1990년대 초에 이르자 신자유주의가 경제학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 한편, 교통과 통신 분야의 기술 혁신으로 기업의 기동성이 대폭 높아졌다. 대형 제트 항공기의 개발과 컨테이너 수송기술(해상운송을 철도운송, 도로운송과 유기적으로 연결한 기술)개발로 물류비는 낮아지고 수송속도와 효율은 높아졌다. 장거리 통화망과 텔렉스, 팩스 기술이 개발되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통신 분야도 일대 혁신을 거쳤다.
* 기업은 기술혁신 덕분에 본사가 있는 국가에만 얽매이지 않고, 훨씬 낮은 비용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장소를 세계 각국에서 찾을 수 있게 됐다. 인건비가 싸고 환경규제가 약한 빈국에서 상품을 만들어, 가처분소득이 충분한 사람이 많은 부국에 팔기 시작했다. 1948년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출범 이후 관세가 꾸준히 낮아진 점도, 기업이 새로운 기동성을 적극 활용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 이제 기업은 지리적 속박에서 자유로워진 상황을 이용, 정부를 압박해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는 기업유치나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외국정부에 뒤질 새라 기업친화정책을 계속해서 내놓았다. 이런 경쟁 탓에, 기업을 규제하던(특히 근로자와 환경을 보호하던) 정부가 이제는, 결과를 따지지 않고 마구 세금을 감면하고 복지를 축소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 1993년 세계무역기구(WTO)창설도 세계화의 탈규제 논리가 득세하는 계기가 됐다. 기존 관세무역협정 기준을 강화할 권한뿐 아니라 국제무역흐름을 제한하는 규제정책을 금지하는 새 조항을 만들 권한도 가진 STO는 각국의 경제주권에 커다란 족쇄를 채웠다.
* 시애틀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거리고 나와 WTO회담을 반대한 1999년경, WTO는 시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을 규제해야 할 정부를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뒤에 기업이 버티는) 기관으로 변했다.
* WTO는 산업단체와 기업의 강력한 로비를 받고, "규제는 불필요하다. 규제는 상품거래를 가로막을 뿐이다."라는 명시적 신념에 따라 움직인다. 1990년대 후반 WTO는, 정부가 '법에서 정한 목적인 아닌 목적을 위해 회계를 규제하지 않도록' 일련의 규칙을 정했다. 1998년에 미국을 포함한 회원국들은 2005년부터 이 기준에 따르겠다고 동의했다.
* 미국 하원의원들은 컨설팅과 회계감사 겸업을 금지하는 미국 법(2002년 사베인스-옥슬리법)이 WTO 조항을 위배하지 않는지 WTO에 문의했다. WTO는 최종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문의한 사실만으로도, 국민이 뽑은 민주주의 정부의 기업회계를 감시할 권한을 WTO가 침해할 소지를 엿볼 수 있다.
* WTO가 정부의 정책선택을 제한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회원국들이 공익을 보호하려고 만든 법규를 수정 또는 철폐하도록(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협박과 함께)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바다거북은 걸리지 않는 그물을 쓰는 어업회사만 미국에 새우를 수출할 수 있다고 법으로 정했는데, WTO는 이를 기준위반으로 간주했다. 또, EU는 합성 호르몬으로 소를 키우는 행위와 합성 호르몬으로 키운 소에서 나온 고기를 수입하는 행위를 금지했는데, WTO는 이것도 기준위반으로 간주했다.
* Ira Jackson교수...기업과 경영자들은 정치와 정치인들을 태체해 현대 미국의 과두정치 지배자가 됐다.
* 다른 지배새력처럼, 이제 기업도 자신에게 공포를 느끼는 대중이 증가하면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생겼다. 선배 경영자들처럼 오늘날 경영자들도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선배 경영자들이 쓴, 기업이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자비로운 단체라고 선전해 이미지를 개선하는 전략을 다시 꺼내어 쓴다.
* 이제 책임경영은 단순히 비판을 피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기업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다. 기업이 사회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사회지배자로 부상한 기업의 지위가 적법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기업이란 무엇인가 Business As Usual>
* 1980년대에 가혹한 구조조정을 감행해 '전기톱'으로 악명 높았던 경영자 Al Dunlap은 잡지 표지에 기관총을 든 모습으로 등장...1980년대에는 던랩처럼 무자비하게 인원을 감축한 경영자들이 영웅이자 투사로 칭송받았지만, 지금은 야만인으로 취급받기 쉽상이다.
* 굿이어타이어 대표이사로 일한 사미르 기바라가 말한다. "오늘날 기업은 주주만의 것이 아닙니다. 기업은 주주 외에도 여러 사람에게 책임지고, 여러 사람의 간절한 부름에 응해야 합니다."
* 아이라 잭슨 교수는 이러한 기업경영 태도가 자본주의의 완전히 새로운 단계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믿는다. 잭슨 교수는 이를 '양심 있는 자본주의' 단계라고 부른다. 교수의 시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많다. 이제 기업들은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에서 솔선수범한 점을 홈페이지와 환경 문제에 헌신적으로 나선다. 경제전문 언론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을 보도하고, 가장 책임감이 강한 기업들의 순위를 매긴다. 비즈니스 스쿨은 사회적 책임을 가르치는 강좌를 개설하고, 대학교는 사회적 책임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한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 WTO 장관회의, 산업회의, 국제무역 투자회담과 같이 기업인들이 모이는 곳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안건으로 상정된다. 기업들은 더 높은 도덕 기준을 충족하려고 경쟁한다.
기업이 언론광고에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이미지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모습이다.
* 잭슨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기업에 찾아가 UN인권헌장을 준수하는 경영을 실천하라고 권고하면, 무시당하며 경비원에게 끌려나가기 십상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얼마 전 뉴역에서는 글로벌 대기업 CEO 100명과 각국 대사들, 그린피스와 국제사면위원회 같은 NGO 대표들이 모여 UN인권헌장을 준수하겠다는 선언에 서명했다. 잭슨 교수처럼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를 포용하는 경영인을 칭찬하고, 사회적 책임에 둔감한 경영인은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경영학자들이 적지 않다.
* 엔론 파산 후 부시 대통령은 경영자들 앞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미국은 책임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책임의식을 핵심가치로 중시하는 시대입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기업들이 새롭게 책임의식을 고양해야 합니다...인간대 인간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기업은 신롸와 성실을 기반으로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경영계에서 부는 새로운 도덕주의가 사실은 비도덕적이라고 믿는다.
* 프리드먼은 기업이 사회에 좋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너무 큰 정부는 나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를 위해 선행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극도로 반감을 표한다. "기업은 주주의 재산입니다. 기업의 이익은 주주가 가져가야 하는 돈입니다. 기업이 주주의 돈을 사회적 책임으로 간주하는 일에 써야 할까요? 나는 아니라고 봅니다."
프리드먼은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이란 하나밖에 없다고 믿는다. 바로 주주들이 최대한 많은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이를 도덕적 명령으로 여긴다. 따라서 기업의 순이익보다 사회와 환경을 우선하는 도덕적인 선택은 사실은 비도덕적 선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프리드먼도 기업이 사회에 책임을 지는 것이 괜찮다고 여기는 경구가 있다. 경영인이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수단으로서 사회와 환경을 배려하는 선택을 할 때다. "이는 모터쇼에서 예쁜 레이싱 모델을 자동차 앞에 세우는 것과 같아요. 레이싱 모델을 세우는 이유는 고객들에게 각선미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죠." 이처럼 선행이 상품판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프리드먼은 "기업이 사회에 책임을 지는 모습은 상품진열창에 제품을 예쁘게 전시해 놓는 것과 같은 '위선적인 윈도 드레싱'이다."라고 냉정하게 잘라 말한다. 하지만 기업순이익을 늘릴 수 있다면 위선도 미덕이다. 아무리 도덕적인 행동이라도 기업순이익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악이다.
프리드먼의 냉소적 시각이 구식이고 악의적인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기업인이 많다.
* '현 시대의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로 프리드먼을 꼽는 경영학의 대부 Peter Drucker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가 경영을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는 프리드먼의 견해에 동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소유한 기업의 경영자가 사회에 책임을 지는 일을 하고 싶어 합니까? 그런 경영자는 즉시 해고하십시오."
* Debora Spar..."기업은 윤리를 실천하려고 만든 기관이 아니다. 기업이 설립된 목적은 오직 하나, 주주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
* 사상적으로 프리드먼과 대립관계에 있는 Noam Chomsky..."기업은 오직 주주에만 신경 써야 하며...공동체, 근로자를 비롯한 그 밖의 어떤 것에도 신경 써서는 안 된다."는 프리드먼의 시각을 공유한다.
* 미국을 비롯한 선진공업국에서 법인기업은 밀턴 프리드먼의 이론에 나오는 기업 모델과 매우 닮았다. 회사법은 경영자에게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도록 강제한다. 최소한 구절만 따지면, 회사법은 경영자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을 가로막는 벽이다.
이러한 회사법의 부조리를 1916년에 뼈저리게 느낀 사람이 있다. Henry Ford다. 뜻하지 않게도 포드는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회사법의 불관용을 강화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 포드 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는 자신의 기업이 단순히 돈 버는 기계가 아니라고 믿었다. 포드는 당시 일반적인 기준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근로자에게 줬고, 해마다 모델 T 차량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혜택을 줬다. (출시 당시 900달러이던 가격이 1916년에는 440달러로 떨어졌다.) 포드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자동차는 그렇게 큰 마진을 붙여서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합리적 수준의 이익만 거두면 충분합니다."
헨리 포드가 포드 자동차를 설립할 수 있었던 것은 존 닷지와 호레이스 닷지 형제가 1906년에 1만 500달러를 투자해 준 덕분이다. 따라서 닷지 형제가 포드 자동차의 대주주였고, 존 닷지는 포드 자동차의 이사였다. 닷지 형제는 자신들이 소유한 시카고 부품공장에서는 포드 자동차에만 부품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당시 포드보다 안정된 기업이던 올즈모빌의 부품납품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1916년이 되자 닷지 형제는 더 큰 야심을 품었다. 존 닷지는 포드 이사직을 사임하고 호레이스 닷지와 함께 자동차 회사를 차리기로 계회갰다. 형제는 포드에서 분기마다 나오는 배당금으로 회사를 차리기로 했으나, 포드가 모델 T 자동차 가격을 내리기 위해 배당금 지급을 취소함에 따라 계획이 틀어졌다.
닷지 형제는 배당금 지급 소송을 걸었다. 법정에서 닷지 형제는 기업이 올리는 이익은 주주에게 돌려줄 돈이므로,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주주 돈을 소비자에게 줄 권리는 포드에게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포드는 '기업이란 봉사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하며,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우연히 돈을 벌게 되는 것'일 뿐, 본질적으로 기업에서 '큰 수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닷지 형제의 주장을 인정해, 배당금 지급명령을 내리고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포드를 질책했다.
"기업을 조직하고 경영하는 주요 목적은 주주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함이다. 주주에게 '우연히 이익을 주고', 주로 주주 외의 사람에게 이익을 주려고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닷지-포드 소송(Dodge vs Ford)은 주주의 이익을 경영진이 다른 어떳 것보다 중시해야 한다는 법적 원칙, 이른바 '주주우선원칙'을 낳았다. 이 원칙은 닷지-포드 소송보다 140년 앞선 시대에 애덤 스미스가 걱정한 기업의 결점을 해결한 법적 장치다. 1776년 출간한 [국부론]에서 스미스는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가 직접 경영하지 않고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위임하는 기업구조에 우려를 표명했다. 스미스는 전문 경영인이 주주의 돈을 '자기 돈처럼 소중히' 운용할 리가 없으니, '태만하고 방만한 경영이 만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주주우선원칙은 현재 대다수 국가의 회사법에 들어 있다. 이 원칙은 전문 경영인이 항상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를 위해 행동하도록 강제해, 애덤 스미스가 걱정한 방만한 경영을 예방한다. 그 대신, 전문 경영인이 근로자를 돕거나, 환경을 개선하거나, 소비자가 돈을 절약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을 막는 벽이기도 하다. 전문 경영인들은 주주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일 뿐이라, 순전히 근로자나 소비자를 위해 경영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근로자나 소비자를 돕는 경영이 기업 이익을 증진해 주주이익을 극대화할 때만 경영인이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최소한, 기업 이익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 그렇다.
* John Browne BP회장
*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란 피해를 입중할 확실한 증거가 없어도 자연과 사람에게 복구 불가능한 해를 입힐 수 있는 활동을 금지하는 국제법 원칙을 말한다.
* BP가 그동안 추진한 환경사업은 북극권 유전개발 포기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수익증진에 단기적.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 '석유를 넘어선 기업'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태양광 에너지와 다른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신경을 쓰지만, BP가 벌이는 환경사업의 진정한 목표는 소비자들이 석유를 계속 찾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노벨평화상 수상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
* 사회적인 책임을 이행하는 기업은 인정 넘치는 말과 사회공헌으로 매력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기업이라도 영리 추구라는 기업의 근본적인 목적을 한시도 망각하지 않는다.
* Danny Schechter..."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부 다른 사람을 착취할 궁리만 하는 악인은 아닙니다...반대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런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기업논리 때문입니다. 기업 논리는 어떤 가치는 무시하고 어떤 가치는 중시합니다. 기업인들은 기업논리에서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 Dr. Robert Hare...기업의 특성에서 사이코패스의 특징(다음 문단의 밑줄)을 체크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선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기업은 무책임합니다.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모든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합니다. 둘째, 기업은 모든 것을 조작하려고 합니다. 여론 마저 조작하려합니다. 셋째, 기업은 쉽게 과대망상에 빠집니다. 언제나 자사가 '1위 기업, 최고 기업'이라고 주장합니다.
기업은 이 밖에도, 배려 부족과 비사회적 태도를 보입니다. 피해자를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심리가 행동에서 나타납니다. 기업은 종종 자사가 저지른 일에 책임 지기를 거부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불법을 적발당한 기업은 거액의 벌금을 낸 후에도 똑같은 불법행위를 또 저지릅니다. 사실, 기업이 무는 벌금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푼돈에 불과할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사람들을 피상적으로 대합니다. 기업이 광고하는 이미지는, 자사가 실제 되고 싶어 하는 모습과 다릅니다. 사이코패스는 매력적인 가면으로 위험한 자아를 감추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로 악명 높습니다."
<외부 효과의 진실 The Externalizing Machine>
* 기업은 사이코패스처럼 남을 해치지 말아야 하는 윤리적 이유를 인식하지 못한다. 기업구조에는 이윤추구 과정에서 남에게 해를 입힐 가능성을 억제하는 장치가 없다. 기업이 거두는 순익만 증가한다면야 타인에게 거리낌 없이 해를 끼치는 것이 기업의 습성이다.
* 정부는, 기업이 외부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경영과정에서 불가피한 일로 넘길 때가 많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외부효과(extenalities)'라고 부른다. 밀턴 프리드먼이 설명한다. "외부효과란 기업이 시장교환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말합니다."
기업이 무분별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환경과 사람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경제학자들은 '외부효과'라는 차가운 기술용어로 분류한다. 글자를 풀어보면 '다른 사람의 문제'라는 뜻이다.
* 노암 촘스키.."기업은 인간을 도구로 보고 마음대로 쓰고 버립니다. 몇 가지 효율성의 잣대로 재자면, 인간을 그렇게 도구처럼 다루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이러한 효율성의 잣대는 인간성을 말살합니다. 비인간화는 기업이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그렇다고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비인간적이라는 뜻은 아니다....커내건 전무..."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다 좋은 사람들이에요. 이웃에 살았으면 친하게 지냈을 사람들이죠." 하지만 경영자들은 기업의 비인간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기업의 구조, 기업의 전체 시스템이 모든 사람을 비인간화로 몰아넣지요."
* 이러한 기업구조의 중심에는 단순한 역학이 있다. 기업가 Robert Monks가 지적한다. "기업구조에는,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용을 제3자에게 전가할수록 기업에 이익이라는 역학이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역학을 가리키는 무서운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외부효과'입니다."
* Ray Anderson..."기업의 무제를 깨닫기 전까지 나는, 우리가 지구에서 무엇을 빼았는지, 제품을 생산하면서 지구에 어떤 해를 입히는지 한순간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결과에 책임질 필요 없이, 그저 지구에서 자원을 계속 뽑아 쓰고, 무한정 낭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생태계를 파멸로 몰아넣고 있다."...
앤더슨 회장은 생태학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종의 멸종을 뜻하는 '출산 중단'이라는 용어와 마주쳤다. "가슴이 창에 찔린 느낌이 들더군요. 책장을 넘길수록 창이 더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갑자기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때 나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꿨습니다."...
앤더슨 회장은 과거에 다른 경영자와 마찬가지로 이런 착각에 빠졌다. '자연에는 한계가 없다. 지구는 무한한 자원창고다. 지구의 자정 능력은 무한하기에 오염물질과 쓰레기를 아무리 버려도 상관없다. 내가 신경 쓸 시간은 내가 죽을 때 까지이거나 내가 은퇴할 때 까지다. 내가 죽은 다음에 세상이 어떻게 되는 내 알바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다.'
* Bhopal 참사...1984년 인도 보팔 도심, 다국적 기업의 살충제 공장 탱크에서 독극무링 유출돼 1만 5,000명이 사망한 사고
* Exxon Valdez 호 기름 유출 사고...1989년 미국 서부해안에서 일어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
* 1938년이 되어서야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가 저임금 착취, 아동취업 등을 금지하는 공정글노기준법을 도입했다.
오늘까지도 내려오는 공정근로기준법은 기업의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한 완화하기 위해 만든 규제 시스템의 전형적인 예다. 노동자와 소비자의 권리, 환경보호 기준을 정한 규제 시스템은 인간과 자연을 착취하려는 기업의 탐욕을 법으로 제한한 것이다....하지만, 좋은 제도가 언제나 그렇듯, 규제 시스템도 당초 취지대로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
* LA 남쪽 외곽지역에는 미국 최대 규모의 저임금 착취 섬유공장단지가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16만 명이다. 대부분 불법체류자이고, 따라서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신분이다.
* 기업계에 불법이 만연한 원인은 기업의 독특한 법적 구조에 있다. 회사법에서는 기업이 업무상 과실, 사고, 부정비리를 저지를 때 처벌받는 주체를 경영자나 주주가 아닌, 기업으로 정해놓는다. 기업이 잘못을 저질러도 주주들은 '유한책임'이라는 제도 덕분에 처벌받지 않는다. 이사들은 전통적으로, 경영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 기업이 손해를 끼친 행동에 '경영자의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경영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경영결정은 수많은 개인의 작업이 융합한 결과이기 때문에 책임소재를 따지기 함들다. 또, 검찰은 기업의 잘못을 조사할 때, 실제 인간인 경영자보다는 기업을 용의자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검찰수사에서 가장 눈에 보이는 용의자는 기업 자체다. 그리고 기업은...기업에 대한 처벌은 별로 영향력이 없다. 기업은 사이코패스와 마찬가지로, 법을 준수해야 할 윤리적 의무를 느끼지 못한다.
* 로버트 몽크스..."미국 기업은 법을 지키는 것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일 때만 법을 지킵니다. 경영자들은 정부에 적발될 확률과 벌금을 따져봐서, 법을 지키지 않는 편이 기업에 이득이겠다 싶을 때는 법을 지키기로 정하고, 이를 경영결정이라 여기지요. 경영자들은 법을 지킬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집니다. 벌금은 얼마나 될까? 잡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 법을 지키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어느 쪽이 더 싸게 먹힐까?"
* Bruce Welling..."실제 경영자의 시각에서 벌금은 사업을 하는 데 드는 부수비용일 뿐이다. 정부가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협박해도, 경영자는 벌금 액수와 적발 확률을 곱한 숫자보다 법을 어길 때 얻는 기업 이익이 크면, 법을 어기는 경영결정을 내린다. 평균 벌금 액수를 감안하면 대부분의 규제는 경영자의 판단을 구속하지 못한다. 이는 기업의 상습적인 불법행위를 보면 명백해진다. 한번 적발되어 벌금을 문 깅버은 다음에는 적발되지 않으려고 더 교묘하게 불법행위를 계속한다."
<민주주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기업들 Democracy Ltd.>
* 기업은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방해물을 제거하는 데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기업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환경을 오염할 자유를 원한다. 그래서 지난 20년간 노동보호, 환경보호 규정을 철폐하려고 노력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정치자금 기부와 로비 활동으로 정치인들을 포섭하고 교묘한 이미지 광고를 계속 내보내, 정치인들이 규제철폐에 나서고 규제철폐 우호 여론이 증가하도록 조종했다. 그 결과 기업이 인간과 자연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한하는 법이 크게 약해졌다.
* 대공황 시절 은행가와 기업가들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규제정책을 지나치다고 느껴 대통령을 없애고 파시스트 독재자를 앉히려 모의한 것은 미국역사에서 가장 기이한 장면이다.
* 1933년 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뉴딜정책을 계획했다. 뉴딜정책은 전례없이 강력한 규제법과 규제기관을 도입해 대기업과 은행을 통제하는 정부권한을 강화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자비로운 정부의 보이는 손으로 대체해야만 대공황을 종식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뉴딜정책은 이러한 신념의 산물이다. 루스벨트는 근로자 보호, 근로자 권익 신장, 농가부채 탕감, 투자 투명성 제고를 목적으로 한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켰다....
"우리는 (헌법이 천명한) 이상이 실현될 날이 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정부의 모든 기관과 권력을 적극 동원해 이상을 쟁취해야 한다...뉴딜은 민간경제기관의 권력남용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제도로서, 민간경제기관을 제어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 루스벨트 대통령은 본인이 밝혔듯, 기업의 자유와 권력을 억제했다. 대공황으로 경제가 붕괴하고 노동소요가 증가하는 자본주의의 위기상황에서 많은 기업인들이, 뉴딜이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루스벨트의 계획이 미국 자본주의를 훼손할 것으로 믿고 분노한 기업인들도 많다. 이 중 일부가 모여 루스벨트 행정부를 전복하고자 모의했다....
당시 많은 기업 지도자들이 '백악관이 선동하는 계급적 증오'(루스벨트의 전임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가 뉴딜정책을 비난한 표현)에 비하면 파시즘이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했다....기업 지도자들이 보기에 루스벨트는 자본가 계급의 반역자로서 미국 자본주의를 파괴하려 하고 있었다.
* GM이 소유한 독일 자동차 제조사인 아담 오펠 AG는 GM 경영진의 도움을 받아 1937년에 군수업체로 변신해 독일군에 트럭과 항공기 부품을 납품했다....당시 GM은 적국이 군수장비를 만드는 일도 도왔따는 사실을 잊지 말라.
* IBM은 , 히틀러가 유대인 수용소와 대학살에 필요한 기술지원을 요청했을 때도 독일로 달려갔다. IBM은 펀치 카드를 이용해 계산하는 기계인 '흘러리스 집계기'(컴퓨터의 전신)를 나치 독일에 제공했다.
* 오늘날 생각해 보면 미국 기업이 나치 독일과 거래한 사실이 충격적이지만, 지금도 여러 미국 기업이 전체주의 독재국가들과 통상적으로 거래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은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독재정부와도 손을 잡는다.
* 1930년대...일부 기업인들이 모여 미국 정부를 전복하고 파시스트 독재정부를 내세우려고 음모를 꾸몄다....그리고 스메들리 버틀러를 적임자로 찍었다....Grayson Murphy....증권회사 회장...Robert Clark...은행가...JP모건 변호사가 된 John Davis...기업인들은 '급진주의에 대항하고, 국민권리와 재산권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를 계몽하고, 자유로운 사기업을 점차 양성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미국자유연합(Americal Liberty League)'이라는 단체를 설립했다....JP모건 중역들과 당시 GM을 소유한 Dupont 가문 사람들이 이 단체의 간부...John Davis...석유재벌 록펠러, 철도재벌 핏케언, 은행가 앤드류 멜론, 증권회사 허튼 일가, 이렇게 미국 최고의 기업가문들이 이 단체를 후원했다....
* 음모를 꾸민 기업가들과 맥과이어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이 음모 뒤에 있는 기업인이야말로 스메들리 버틀러 장군이 가장 경멸한 사람들이다. 버틀러 장군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군사작전을 펼치면서 부조리한 미국 기업들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그는 전쟁이 미국 기업들이 만든 사건이며, 그가 지휘한 병사들은 고귀한 이상이 아닌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싸우다 죽었다고 믿었다...1934년 11월 20일 뉴욕에서 열린 반국가활동위원회(House Un-Americal Activities Committee)비밀회의에서 이 음모를 폭로했다.
* 기업가들의 음모가 실패로 끝나고 70년이 흐른 오늘날, 또 다시 조직된 소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기업가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끈질기게 정부를 장악하려고 노력한 결과, 서툴게 시도한 70년 전보다 훨씬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정부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기업가들은 군대를 동원하지 않고, 피를 흘리지도 않고, 파시스트 독재자들을 내세우지도 않은 채, 총알 대신 돈으로 70년 전 기업가들이 그토록 간절히 바란 바를 이루었다. 즉, 기업이 민주주의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 예산삭감은 사실 규제완화를 뜻한다. 감독기관들의 예산삭감으로 규제가 유명무실해지는 현상은 너무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기업으로부터 공공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약해지고, 때로는 사라지는 추세다.
* 2000년 12월 7일 정전사태 후 6개우러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40차례가 넘는 정전사태로 캘리포니아 주와 주민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때, 캘리포니아에서 발전소를 소유한 에너지 기업 엔론에 책임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정전사태는 정부 규제를 철폐하려는 엔론이 벌인 값비싼 작전이었다는 사실이 훗날 밝혀졌다.
본질을 벗겨보면, 엔론 사태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규제를 철폐한 다음, 수익성은 높지만 뒤가 구린 일을 벌이는 기업이 어떠한 위험을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1990년대에 Kenneth Lay CEO가 경영한 엔론은 정치 로비에 막대한 돈을 들여, 별 볼일 없는 파이프라인 회사에서 발전소 전기를 거래하는 에너지 기업을 도약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 로비에 성공해 전력시장 규제완화를 관철한 엔론은 에너지 선물거래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벌였다. 1990녀대 초 엔론은 다른 에너지 기업들과 연합해, 에너지 선물 거래사실을 선물거래위완회(CFTC)에 보고하도록 규정한 상품거래법 조항에서 에너지 기업들을 면제하도록 정치권에 로비 활동을 벌였다...그 후로 에너지 선물거래는 선물거래위원회의 소관에서 벗어났다....
선물거래위원회 통제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에너지 선물을 거래하려면 뉴욕상업거래소처럼 통제하는 경매장에서 선물을 거래해야 한다는 규제는 여전히 남았다....그래서 엔론은 통제받는 경매장에서만 선물을 거래해야 한다는 규정을 철폐하려고 1999년에 100만 달러 이상을 들여 로비를 벌였다....로비에 돈을 더 쏟아붓고 그램 상원의원을 조종해, 2000년도 정부가 통제하는 거래소가 아닌 곳에서도 에너지 선물을 거래할 수 있게 허용하는 '상품선물현대화법안'을 상정하게 했다....그램 상원의원이 법안의 명칭과 수치를 바꿔 재상정,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2000년 12월 21일 레임덕 상태인 클린턴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했다.
마침내 엔론이 승리했다 .이제 정부 감시와 대중의 눈에서 벗어나 시장을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엔론은 이 기회를 활용해 캘리포니아 전력시장을 교란했다. 대통령이 상품선물현대화법안에 서명한 2000년 12월 21일부터 6개우러 동안 캘리포니아는 38회의 정전사태를 겪었다. 그 이전 8개우러 동안 캘리포니아의 정전사태는 1회에 불과했다. 엔론은 인위적으로 전기 공급부족을 일으킨 뒤 전기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했다. Ralf Nader가 이끄는 소비자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필 그램 상원의원의 상품시장 규제철폐 법안이 엔론으로 하여금 캘리포니아 주의 전기 공급을 마음대로 조절하도록 허용했다. 규제 철폐 법안 이후 엔론은 수백만 캘리포니아 주민이 수백 시간 동안 전기 없이 지내는 고통을 겪고 전보다 훨씬 비싼 전기료를 납부하도록 강요해 수십억 달러의 추가이윤을 챙겼다."
* 캘리포니아 전력위기는 2001년 6월 19일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가 캘리포니아 전력시장에 엄격한 가격역제정책을 실시하면서 끝났다. 전기 현물가격은 80% 폭락했다. 캘리포니아 전력시장 왜곡을 스스로 중단할 리가 없던 엔론은 향후 전기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확신하고 선물에 베팅했으나, 정부의 개입으로 전기가격이 폭락하자 큰 손실을 입게 됐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 불보듯 뻔했다. 전기가격이 안정 조짐을 보이자마자 Jeff Skilling은 엔론 CEO 자리에서 즉각 사임했다. 4개월 뒤 엔론은 파산했다. 엔론의 파산 원인은 여러 가지이나, 캘리포니아 전력시장에서 저지른 잘못이 주요 원인이다."
* 기업들이 돈으로 민주주의를 더럽힌다는 비난을 들어면서도, 기업 이익을 지키고 증진하는 데 정치권의 힘이 필요할 경우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규제는 기업 수익을 떨어뜨리므로 규제 철폐를 위해 정치권을 움직이는 것이 경영자 입장에서 훌륭한 전략이다.
* 기업이 정부에 로비를 하는 이유는 대개 규제를 없애기 위해서다. 자동차 업계의 연비기준 수정법안 도입 반대 로비 처럼 정부가 새로운 규제나 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지 않도록 로비하기도 하고, 엔론의 선물거래 규제철폐 로비처럼 현행 규정을 철폐하거나 적용범위를 축소하도록 로비하기도 한다.
* 기업들이 규제를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 말이다. 1960년대 말부터 10년간 미국 정부는 '새로운 사회 규제'라는 이름으로 각종 환경.인권.노동자.소비자 보호 규제를 도입했다. 이는 1930년대 뉴딜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자유와 권한을 크게 훼손했다. 1960년대에 대중과 정치인들이 기업에 불리한 행보를 보이는 것을 수수방관하던 기업들은 1970년대 말에 이르자 이제 맞서 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1930년대처럼 쿠데타 음모를 꾸미지 않았다. 그 대신, '워싱턴 정가에서 내리는 온갖 결정들이 기업수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인식한 기업들은 정치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기업들은 워싱턴에 산업단체와 로비 단체 사무소를 열고, 산업계가 후원하는 싱크 탱크를 설립했다...오늘날 모든 대기업은 워싱턴에 사무실을 열고,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산업단체 싱크 탱크, 로비 단체를 워싱턴에 설립했다.
* 1970년대 이후 기업과 정부 관계에서 나타난 또 다른 중요 변화는 기업 기부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의 확대다. 1970년대 중반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조를 확대 해석해 기업이 선거에 자금을 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결정으로 기업은 거의 모든 선거고정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됐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돈으로 관직을 산 사람은 보상받으려 한다."라고 썼듯이, 기업자금이 선거판에 흘러들면서 정치인들에게 기업의 입김이 세졌다....
기업 기부는 이제 정치를 움직이는 힘이자 기업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전략이다.
* 로비를 통해서든, 정치기부를 통해서든, 광고를 통해서든 간에, 기업들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유는 1930년대 기업인들이 정부 전복을 모의한 이유와 동일하다. 즉,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을 정부가 제한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기업이 정치활동에서 지출하는 돈은 기업수익성을 증진시키는 정치 환경을 만들기 위한 투자로서 일종의 사업비용이다. 경영자에게는 나중에 보상이 돌아온다는 합리적 이유 없이 주주의 돈을 사용할 합법적 권리가 없다. 경영자들이 정치활동에 돈을 지출하는 이유는 경영자가 다른 어떤 투자를 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즉, 기업과 주주의 자본적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다.
* Joe Badaracco..."미국은 부적절하게 기업이 과다한 영향력을 정치계에 행사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 민주주의가 성립하려면 정치참여 기회를 국민 각자가 균등하게 누려야 하지만, 주주이익만이 지상목표인 기업들이 정치과정에 끼어듦에 따라 심각한 기회의 불균형이 생기고 있다.
* 로버트 몽크스..."현재 미국은, 기업이 정부를 선출하는 상황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사라질 위험도 있습니다."
* 기업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공공에 이익이 되는 활동이라고 믿는 듯 보이는 기업 내부자가 많다....
하지만 기업이 그토록 열심히 로비를 벌이는 정책 가운데 어떤 것이 평균적인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가? 평균적인 시민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기업들이 지출하는 로비 비용은 얼마나 되는가? 아쉽게도 거의 찾을 수 없다.
* 민주주의에는 기업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을 결정할 권한이 국민에게 있다는 관념이 있다.
<민영화와 상업화 Corporations Unlimited>
20세기 역사에서 특이한 점은, 민주주의에서는 정부가 시민의 사회적 권리를 보호하고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졌다는 점이다. 공익과 공공부문은 너무도 소중하고 기업착취에 약하므로, 기업이 훼손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공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이 사회에 강했기에, 공익과 공공부문만큼은 기업이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법과 제도가 시행되었다.
* 모든 현대국가의 공공부문은 아직 기업의 지배를 받지 않는 유일한 경제부문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공공부문마저 접수하려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기업들은 공공부문 보호를 싫어했다. 기업 처지에서는 정부의 공공부문 보호가,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올릴 기회를 박탈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년간 기업들은 공공부문 보호를 무력화하기 위해 총공세를 취했다. 이에 버티지 못한 정부는 이전에 '공공부문'으로 여기던 분야의 통제권을 '민영화'라는 과정을 통해 기업에 넘겼다. 이제 모든 공공부문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침투에 노출된 상태다. 각국 정부는 상수도, 전력, 경찰, 소방서, 응급의료, 육아시설, 복지, 연금, 대학, 연구소, 교도소, 공항, 의료보험, 유전자관리, 방송, 공원, 고속도로를 부분적으로 또는 전면 민영화했거나 민영화를 검토하고 있다.
* 그 결과,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사회, 민영화 옹호론자들이 주창한 모델과 비슷한 경제를 맞고 있다. 이러한 민영화 옹호론자 가운데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있다. (프리드먼은 현재 미국 총소득의 40~50퍼센트는 정부에서 나온다고 추정하는데, 이 수치를 10~12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사법제도와 군대 유지, 극빈층 구제 같은 가장 기초적 기능만 맡고, 나머지 분야는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프리드먼은 말한다.
"민간부문의 비중이 앞으로 더 커질 테고, 영리를 추구하는 민영 기업들이 민간부문을 대부분 운영할 겁니다."
프리드먼에 동의하는 경제학자와 정책입안자가 많다.
* 밀턴 프리드먼..."나는 지난 45년간 공교육 민영화 운동을 옹호했습니다. 사회통념을 간신히 깨고 공교육 민영화를 시작한 시점은 고작 5년 전입니다."
* 교육산업의 규모는 국방산업보다도, 미국 자동차 산업보다도 거대...미국에서 교육산업보다 큰 산업은 의료산업뿐...
* 민영화는 인간의 이기심과 물질주의를 최대한 이용하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논리를 근거로 삼는다.
*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 비록 어떤 때는 민영 서비스가 공공 서비스보다 효율적으로 측정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이고 일반적인 사회 문제에 대처하기에는 민영 서비스가 부적합하다. 민영 서비스는 인간본성을 왜곡하고 불완전한게 인식한 철학에 근거해 운영된다. 이기심과 물질주의는 인간본성의 일부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이기심과 물질주의에 따라 사회제도와 경제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 현실을 보자면, 민영화는 영리기업이 공익을 추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결함이 있다. 공공기관은 공익추구만이 유일한 법적 의무이지만,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다른 모든 사람의 이익보다 우선하도록 법으로 요구받는다. 기업이 공익을 증진할 때도 있지만, 주주이익 증진에 도움이 될 때만 기업이 그런 행동에 나선다. 주주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공익을 희생하는 것이 기업의 법적 의무다.
* Nag Factor...내그란 아이가 물건을 사달라고 떼쓰는 것을 의미...아이를 이용해 부모가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
* 미국소아과협회.."성장단계상 8세 미만 어린이는 광고의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이 없고, 광고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모두 사실로 인식한다. 심지어, 광고와 정규 프로그램을 구분하지도 못한다."
* Dr. Susan Linn..."지금 어린이들이 접하는 광고는 심리학적으로 교묘하게 아동심리를 파고들도록 만든 것..."
* 최고의 TV광고 제작자로 꼽히는 Chris Hooper는 맥도널드, 코카콜라 같은 대기업 광고를 제작한 일을 후회하면서 자신이 악마에게 영환을 팔았다고 반성한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실제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사람들이 구매하도록 이미지를 '창조'하며, '무책임하고 이기적이고 자아도취와 쾌락주의에 빠진 소비행태를 부추기는 일'이었다."라고 설명한다....
* Steve Kline...어린이에게 진정 필요한 장난감은, 어떤 것을 상상하고, 창조하고, 부수고, 재창조하는 과정인 '창조적 파괴'를 장려하고, 현실세계의 물리법칙을 탐구할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런 장난감을 만들지 않는다. 대중문화와 접목한 장난감을 만드는 편이 훨씬 쉽게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 역사를 돌아보면 시대를 지배하는 기관은 지배기관의 본성, 필요, 이익에 맞도록 지배를 당하는 사회구성원들의 역할과 정체성을 규정했다. 교회는 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봉건제도는 군주와 농노를, 민주주의 정부는 시민을 만들었다.
* 한마디로 기업은 비인간적이다. 노암 촘스키가 말한다.
"기업의 목표는 '기업이 접촉하는 인간 또한 비인간적으로 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사람들의 머리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 동정심, 연대의식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을 빼냅니다. 기업의 이상은, 인간들이 서로 관계가 끊어진 개인이 되어 오직 '기업이 조장한 욕구를 내가 얼마만큼 채울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이 빚을 져서 기업이 조장한 욕구를 채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이 작은 관 속에 있어서, 서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것이 기업들에게 이상적인 형태일 것입니다."...
"사회 보장제도의 민영화의 목표는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정신이 뭔가요? 동네 사는 과부가 먹을 것이 있는지 걱정하는 마음입니다. 기업은 '그런 걱정하지 마. 네 부를 늘릴 생각만 해. 다른 사람 생각 말고 네 생각만 해.' 하고 사람들에게 주입하죠.
학교 민영화도 마찬가지에요. 공교육의 근본정신이 뭔가요? 동네 사는 고아가 학교에 다니는지 걱정하는 마음입니다. 학교 민영화는 공교육의 근본정신인 사회적 연대감을 훼손하려는 기업의 시도입니다. 기업은 '나만 잘 나가면 되지 다른 사람 신경 쓸 거 있어?'하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주입하죠."
* 철학자 Mark Kingwell..."기업의 관점에서, 이상적인 시민은 미친 듯이 탐욕스러운 소비자, 사이코패스처럼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 사회와 삶에는 너무도 소중하지만 부서지기 쉬워서 기업이 상업주의로 착취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영역이 있다는 관념이 지금은 의미를 잃는 듯 보인다. 즉 개인의 이기심을 초월하는 보편의 선, 공익이 존재한다는 관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갈수록, 상업적 가능성이 모든 가치를 재는 잣대이며, 기업은 영리를 위해 무엇이든 이용할 수 있게 허용되어야 하며, 인간은 순수하게 이기심과 물욕의 짐승이라는 말을 우리 주위에서 많이 듣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역사에 나타난 어떠한 근본주의만큼이나 위험한 근본주의의 전조다. 영리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사물이든, 어떠한 사람이든 소유되고 조작되고 착취될 수 있는 세상세어는, 결국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이 소유되고 조작되고 착취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우리의 문제 Reckoning>
* 20세기 인류는 격동기를 거치면서 민주주의와 인간성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을 위해 나아갔다. 신생국가들이 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삼으면서 경제와 사회에 민주주의를 적용하는 국가의 수가 늘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제규제 정책과 20세기 중반 미국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은 기업의 착취와 시장의 태만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는 서구 정부들이 보인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정부는 퇴보하기 시작했다. 기업 로비와 세계화라는 압력을 받은 각국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했다. 기업들은 규제철폐로 법적 구속에서 벗어났고, 민영하를 통해 기업이 진출하지 못한 공공 분야까지 지배하게 됐다. 20세기 말, 기업은 세계를 지배하는 기관이 됐다.
하지만 역사는 이러한 기업지배가 영원하지 않으리란 점을 암시한다...
기업이 이러한 역사의 순리를 거스르는 최초의 기관이 되리라 보이진 않는다. 기업은 빈곤, 전쟁, 환경파괴, 질병과 같이 인류를 압박하는 심각한 문제들을 푸는 데 실패했고, 일부 문제는 더욱 악화시켰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시민운동가, 일반미국국민, 세계 각국의 빈민은 물론, 일부 기업 지도자들까지) 기업이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는 탐욕과 이기심을 버리고 인간의 가치에 신경 써야 한다고 믿기 시작했다. 비록 기업 자본주의가 금방 몰락하지는 않겠지만, 기업 자본주의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 아이라 잭슨..."오만한 기업들에 남은 시간은 없습니다. 자본주의와 경쟁하는 체제가 없고 자본주의가 세계를 지배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에서 뒤처져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기업에 대한 분노와 정치 역풍의 근원이 됩니다."
세계 인구 가운데 절반은 빈곤한 삶을 살고, 지구는 환경재앙을 향해 치닫고 있다.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카를 마르크스가 예언했듯 자본주의는 스스로 폭주한 끝에 파멸을 맞을 것이라고 잭슨은 말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주의 선언이 사람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공산주의 선언이 성격와 같은 윤리 논문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의 문제는 윤리 체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윤리가 없는 자본주의에서 우리는 기업의 노예가 될 뿐이고 세계는 존속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본주의에도 공산주의 선언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자본주의 선언 말이지요."
* 조 바다라코 교수..."200년대 초까지 미국 중산층은 아직 반세계화 시위에 동조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기업과 정치권이 얽힌 비리가 터지면 중산층이 기업에 분노를 느끼고 반세계화 시위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엔론 파산 이후 기업비리가 잇따라 밝혀지자 미국 중산층 사이에 기업 불신 풍조가 퍼졌습니다. 지금의 반기업 정서는 아마 대공황 시절과 비슷한 수준일 겁니다."
* 아이라 잭슨(Ira Jackson)...""새로운 자본주의에서는 소비자와 근로자가 왕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자본주의에서 권한과 기회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기업 지도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이유는 사회주의를 신봉해서도 아니고, 정부가 그들의 머리에 총을 겨눠서도 아니며, 윤리 교과서를 읽고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서도 아닙니다. 그들은 시장이 요구하는 바를 이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합니다. 사회적 책임 이행이 기업에도 이득이라는 점이지요."
* 로버트 몽크스...몽크스가 말하는 기업을 견제하는 시장이란 소비자 시장이 아니라 주식시장이다. 그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연금 펀드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주주 권한을 행사해 기업의 악행으로부터 사회와 환경을 보호하는 '공공이익의 대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주주가 정보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면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하는 대상이 될 것'이라고 몽크스는 믿는다.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길 바라는 국민들은 주주로서 스스로 기업을 규제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이를 신탁자본주의라고 부른다.
* 몽크스는 주주가 '공공이익의 대변자'라고 말했고, 잭슨 교수는 소비자가 그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두 사람의 주장은 결국 같다. 즉,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기업을 통제할 수 있고, 통제해야 한다. 국민이 어떤 기업의 제품을 살지,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살지 결정하는 것으로 기업이 공공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규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몽크스 모델을 주주 민주주의, 잭슨 교수의 모델을 소비자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데, 두 모델은 일리가 있다....하지만 주주와 소비자는 정부를 대처해서 기업을 규제할 만큼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 신자본주의에서 소비자가 왕이라는 잭슨 교수의 생각은 세계인구의 대다수가 너무 가난해서 소비자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잭슨 교수도 빈곤층이 30억 명에 이른다고 인정한다. 소비자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가처분소득의 격차가 너무도 커서, 어떤 소비자는 다른 소비자보다 훨씬 많은 권리를 누린다. 이는 시장에서 각가 가진 표의 수가 다르다는 뜻으로, 이래서는 민주주의가 성립할 수 없다.
* 잭슨 교수의 모델처럼 몽크스의 모델도 돈 많은 사람, 즉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발언권을 더 많이 가지는 문제가 있다. 미국인구의 절반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주주 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완전히 소외된다.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도 각자 보유한 주식 수가 다르기에 주주 민주주의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다르다. 대다수 국민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개발도상국까지 감안하면 주주 민주주의의 대의명분은 훨씬 약해진다.
* 더군다나 사회, 환경 문제에서 기업의 책임을 중시하는 사람일지라도 주식을 거래할 때는 순전히 기업 재무상황을 고려해 결정을 내린다. ...몽크스가 그동안 개혁시킨 기업들이 이후 사회와 환경에 끼치는 해를 줄였는지 묻자, 몽크스는 간단히 답했다. "아니오."
* 데보라 스파 교수는 기업의 악행을 NGO와 언론이 폭로하기는 하지만, 이는 여전히 산발적이고 효율이 낮다고 지적한다.
"윤리 규범, 시장 규범, 정부 규제가 모두 필요합니다. 언론과 대중만으로는 기업이 어떤 일을 하도록 압박할 수 없습니다."
* 찰스 커내건..."정부가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만 저임금 착취 공장이 사라질 것입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설 것이라 기대해서는 영원히 문제가 풀리지 않습니다. 법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 보스톤 트릴리엄 자산운용사는 사회에 책임을 지는 투자회사가 되고자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들과 연합해 BP의 알래스카 유전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이 자산운용사의 수석 애널리스트 Simon Billenness..."주주는 절대로 정부만큼 효율적으로 기업을 규제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투자자나 사회운동가가 기업에 가할 수 있는 압박은 모기가 무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규제해야 합니다."
* 1933년 루이스 브랜다이스 대법원 판사는 기업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 비유했는데 참으로 통찰력 있는 표현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괴물을 창조했듯, 기업은 정부가 창조했다. 괴물이 자신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위협했듯 기업도 정부를 위협한다. 정부의 규제는 기업이라는 괴물이 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묶어놓는 쇠사슬이라고 브랜다이스 판사는 추론했다.
* 정부는 규제 법안을 통해 기업에 대한 사회와 환경에 책임을 지도록 요구한다. 규제 법안은, 정부가 창조한 기관인 기업에 대해 정부가 요구하는 행동기준이다. 정부의 목표는 기업과 달리,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고 국민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과 달리 기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구속력과 적법성이 있다. 정부는 규제를 통해 민주주의, 사회정의, 시민건강, 복지, 환경보호 같은 사회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이는 자기 이익과 부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기업과 시장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가치다.
* 규제란, 기업이 비용을 외부에 전가하지 않고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요하기 이해 만든 법이다. 규제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면, 기업이 개인, 공동체, 환경을 착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규제 철폐는 곧 반민주주의의 한 형태다. 규제철폐는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기구인 정부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는 국민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정부의 개입은 해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기업을 통제할 능력을 정부가 상실했다고 믿는다. 따라서 직접 거리고 나서고, NGO에 힘을 실어주고, 각 사회단체가 연대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현재 NGO, 사회단체, 소수 정치세력이 기업지배를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하지만, 이러한 세력이 정부를 대체해 기업을 규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반기업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정부와 협력하지 않으면 깅버 지도자들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 자비로운 독재자가 무자비한 독재자보다 낫듯, 자비로운 기업이 무자비한 기업보다는 낫지만, 노암 촘스키의 말처럼 독재자가 자비롭길 바라는 것보다 독재자가 왜 생기는지 자성하는 편이 낫다. 기업은 민주적인 기관이 아니다. 기업의 이사와 경영자는 자신들을 고용한 주주 외에 어떤 사람에게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부 규제 없이 시장의 힘으로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게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민주주의의 소멸을 내포한 위험한 시나리오다. 민주주의 정부는 결점도 있지만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책임을 진다.
* 처음에 규제를 도입했을 때의 취지가 무색하게 규제를 약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제학자 George Stigler는 1960년대에 기업이 규제기관을 로비해 조종하는 현상을 '규제 포획(regualtory capture)'이르는 용어로 불렀는데, 이런 현상이 흔하게 나타난다. 많은 기업들이 반복해서 규제 법규를 어긴다. 적발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거나 적발되더라도 지불하는 벌금보다 규제를 어겨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규제기관은 기업들을 감시하기에 인원이 부족하며, 규제대상인 산업계 출신의 관료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산업계의 감시자가 아니라 파트너로 생각한다. 그리고 규제 법규는 대부분 이미 벌어진 문제를 징벌하는 성격이 강해, 문제를 예방하지 못한다.
* 더 일반적으로 보면, 민주주의 체제는 원래 이상보다 실제로는 낮은 기준으로 적용된다. 국민의 정치참여는 극히 제한적이다. 국미이 정치에 참여할 기회는 투표뿐인데, 그나마 국민 절반은 투표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기업의 돈에 휘둘려 갈수록 의미 있는 정책결정권을 잃고 있다. 탈규제와 민영화로 정부영역이 줄어들고 있다. 공공복지가 줄어들면서 사회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 촘스키.."사람들이 아무리 정부를 비난해도, 정부는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책임을 진다. 기업은 절대 국민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
* 기업은 원래 국익과 공익 증진을 목표로 설립한 공공기관이었다. 17세기 영국에서 허드슨만주식회사, 동인도주식회사 같은 기업들은 영국 식민지와의 독점교역 권한을 영국 왕에게서 받은 국영기업이었다. 18세기와 19세기 초 영국과 미국에서 기업은 주로 운하건설과 상수도 건설 같은 공공사업을 위해 설립되었다. 오직 주주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도록 설계된 현대 영리기업은 19세기 초까지의 기업형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근본적인 측면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업은 언제나 정부정책의 부산물이자 국가가 창조한 기관이라는 점이다.
* 국가는 기업에 생명을 불어넣는 유일한 주체다. 오직 국가만이 기업에 대한 필수 권리(법인이라는 법적 지위와 유한 책임)를 줄 수 있는데, 국가는 언제나 기업이 영리를 최우선하도록 강요한다. 국가는 기업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력과 군사력을 확충하고 법원과 감옥을 짓는다.(이때 들어가는 비용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한다.) 오직 국가만이 다른 국가와 국제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다. 기업을 규제하는 권한을 축소하는 WTO같은 글로벌 경제기구도 국가가 창설한 것이다.
* 국가가 없으면 기업도 없다. 글자 그대로 아무 것도 아니다.
* 기업이 강해졌다고 해서 국가가 약해졌다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확실히 세계화와 탈규제로 공익을 보호하는 법(특히 노동법, 환경법, 소비자보호법)은 약해진 반면, 기업 이익 추구를 돕는 법(회사법, 재산법, 계약법, 지적재산권법, 국제무역법)은 강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의 권력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국가 권력이 공익보다 기업 이익을 증진하는 쪽으로 재분배되었을 뿐이다.
* 뉴딜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부조리를 이해했다. 그들은 중립개체 이론과 시장방임주의가 공익을 증진하기 위해 만든 규제를 시행하기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따라서 그들은 중립개체 이론과 시장방임주의를 버리고, 기업과 시장을 정부의 창조물로 본 19세기 초의 개념을 되살렸다.
* 한 뉴딜정책 지지자는 1935년에 이렇게 적었다.
"자유방임주의자들이 요구한 '규제로부터의 자유'는 명백히 허구이고 현실에서 생각할 수 없다. 먼저 정부가 재산권을 보호해야만 그 다음에 재산권을 거래해 비로소 상거래가 일어난다. 이렇게 보면 경제는 본질적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 기업은 정부가 만든 기관으로서, 정부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바로 '공익에 이바지하는가?'다. 19세기에 기업을 사익 추구 기관으로 바꾼 판사들과 국회의원들도 이 개념을 유지했다.
* 정부가 기업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 곧 공익을 증진하는 것이라는 일종의 순환논리가 생겼고, 지금도 이 오류에 빠진 사람이 많다.
* 정부가 회사법을 만든 취지는 공익증진이므로, 기관으로서 기업의 가치와 적법성을 판단하는 자체는 결국 공익이다. 그래서 회사법에서는 기업이 공익을 심각하게 해친다고 정부가 판단할 때는 정부가 기업을 해체하거나, 기업을 해체하도록 법원에 명령할 수 있음을 법조항으로 명시했다. 이러한 인가취소 조항은 모든 나라의 회사법에 들어간 내용이며, 정부가 기업을 쉽게 만들 수 있듯, 쉽게 없앨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뜻과 주권에 따라 기업이 존재한다는 이치를 상징한다. 이 이치를 사람들을 쉽게 잊는다....인가취소(charter revocation)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많다....회사법에 명시된 조항을 보면 법무장관에게는, 잘못을 저지른 기업을 해체하도록 명령하고 공익을 위해 기업을 운영할 사람에게 기업을 매각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 정부는 소기업이 법을 어기면 인가를 취소하지만, 대기업이 법을 어기면 인가를 취소하지 않는다. 엔론도 법인 인가를 취소당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 이제 국민이 힘을 쓸 때가 왔다. 민주주의 정부가 인가취소 조항을 비롯한 권한을 적극 행사해 기업을 통제할 때가 왔다.
* 기업은 정부가 반드시 존중해야 하는 고유의 권리, 필요, 욕망을 지닌 독립적인 '인간'이 아니라, 국가가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도구로 삼으려고 만든 기관이다. 따라서 기업에는 오직 하나의 목표만 있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공익도 도모할 수 있다는 순환논리는 집어치워라.) 우리는 기업이 이 목표를 달성하는지 감시해야 한다.
* 자본주의 사회는 지난 300년간 부를 증진하는 데 탁우러한 효율을 보이는 투자도구를 만들었으나, 지금 이 투자도구가 사회의 통제를 듣지 않고 있다.
* 시민운동가 Vandana Shiva..."인간과 지구를 보호하는 일을 기업보다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는 기업 없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 기업은 자유방임주의를 최선으로 여기는 고전 자본주의의 원리가 스며든 기관...기업을 바꾸는 계획은 자본주의 경제를 바꾸는, 더 큰 계획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 지금 과제는 기업을 통제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기업이 민주주의 정부의 통제를 따르게 해 국민을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좀 더 장기적 안목에서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경제질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최선이자 현실적인 전략은 정부규제의 효율, 책임, 적법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 인간 건강과 안전,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제는 사전예방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사전예방원칙이란 비록 기업의 행동이 직접 손해를 끼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도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을 때는 기업 행동을 규제하는 것을 뜻한다.
* 기업이 로비를 펴서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를 조작하는 '규제포획' 현상이나 과거 정부의 과도한 중앙집권 관료주의가 나타나는 것을 피하면서도, 기업의 책임의식을 증진할 수 있도록 규제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 선거 재원을 국민이 마련하고, 기업의 정치헌금을 없애고, 로비와 낙하산 인사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 국민들은 사회집단과 사회이익이 공익을 위해 중요하고, 기업이 착취하게 놔둬서는 안 될 윤리적으로 신성한 영역이라 판단하고, 정부는 사회집단과 사회이익을 보호하고 통제해야 한다.
* 신자유주의에 저항...
WTO, IMF, 세계은행이 각국에 대해 탈규제와 민영화를 강요한 배경이 된 시장 근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도록 각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 세 개의 국제기구의 이데올로기 편향은 절대불변의 기조가 아니다. 세 국제기구를 낳은 브래턴우즈 체제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경제학 이론을 따랐다. 따라서 원래 국제기구들은 오늘날과 매우 다른 방형으로 움직였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진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기업은 우리가 창조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업에는 생명도 없고, 우리가 정부를 통해 기업이 준 것을 넘어서는 권력과 역량도 없다.
*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상수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대중 시위를 이끈 노동조합 간부 Oscar Olivera...
사건의 발단은, 수도설비를 민영화하라는 세계은행의 압력에 못이긴 볼리비아 정부가 (미국 건설기업 벡텔의 자회사 인터내셔널 워터가 55%의 지분을 보유한) '아구아스 델 투나리'라는 회사에게 볼리비아 중부의 코차밤바라는 물이 귀한 지역의 수도설비를 맡긴 것이다. 당시 코차밤바에는 수도설비가 없는 시골지역이 많았다. 아구아스 델 투나리는 수도세를 단숨에 세 배로 올리고, 자신이 판 우물에서 물을 쓰던 농부들에게도 수도세를 청구했다. 기업과 결탁한 정부는, 호수나 강에서 주민들이 물을 끌어 쓰는 것, 심지어 빗물을 받아 쓰는 것도 법으로 금지했다. 사람들이 쓰던 물을 기업은 보상도 없이 빼앗아가, 비싼 돈을 받고 되팔았다. 올리베라를 포함한 많은 코차밤바 사람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긴 이러한 행태에 대해, 기업은 계약에서 조항으로 명시한 목표수익을 거두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며 정당화했다. 올리베라는 도시와 시골에서 사람들을 조직해, 기업에게 코차밤바를 떠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올리베라와 코차밤바 사람들은 요구한 바를 관철했다. 그러나 그러기까지 경찰과 군대의 탄압에 시민들이 피를 흘려야 했다....
아구아스 델 투나리는 국영화 절차를 밟고, 수도시설은 다시 코차밤바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 국민은 기업의 지배에 저항할 수 있다. 국민이 단결하고, 조직하고, 서로 믿으면 기업들과 기업을 지지하는 정부는 속절없이 국민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 민주주의 국가가 다시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권을 회복하는 일은 커다란 전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전투자.
* 기업을 움직이는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으로 계속 용인하기에는 너무도 협소하고 왜곡된 인간본성, 즉 이기심이다. 이기심과 소비욕구는 인간본성의 일부분이고 부끄러워 할 것이 아니지만, 이것이 인간본성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기심만이 아니라 유대감과 헌신이 있으며, 공동운명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공유한다. 우리는 인간의 가치, 역량, 미학, 지각, 정의가 부분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애착으로 창조되고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는 영리를 목적으로 착취하기에는 너무도 중요하고 소중하고 부서지기 쉬운 부분이 있다고 믿는다.
* 과학자이자 사회운동가 Mr. Mae-Wan Ho..."우리는 기본적으로 감정의 유기체, 감정이입의 유기체입니다. 다른 사람이 아프면 나도 아픕니다. 우리는 안전하고, 고정하고, 자비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각주해설>
* 이 책의 내용은 [The Corporation]에 기반을 둔다. 나는 이 영화의 각본을 썼고 Mark Achnar와 같이 크리에에터로서 작업했다.
* 미국중앙정부는 스톡옵션 폐지를 망설이는 듯 보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경영자들이 정부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재무제표에서 스톡옵션을 보상비용으로 처리하는 기업들도 있지만(코카콜라, GE, GM, 홈디포, 다우케이컬), 스톡옵션을 많이 쓰지 않는 기업만 그렇게 한다.
* 사베인스-옥슬리법은 2002년 7월 30일,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 법의 주요 내용은 한 회계법인이 한 회사의 회계감사와 경영 컨설팅을 동시에 수행하는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법을 도입한 이유는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이 엔론 비리에 깊숙이 관여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사베인스-옥슬리법에는 허점이 있다.
첫째,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에 경영 컨설팅도 할 수 있도로 허용할 권한이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있다. 둘째, 회계법인에 짭짤한 업무이면서 재무제표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세금환급 준비업무 같은 몇몇 서비스는 금지조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셋째, SEC는 '터무니없이 인원이 부족하다' 따라서 기업들이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지키는지 효율적으로 감시하지 못할 여지가 있다. 넷째, SEC가 사베인스-옥슬리법의 요구조항을 희석했다는 비판도 있다.
* WTO의 영향과 세계화를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다음 책을 참고하라.
Stiglitz, [Globalization and Its Discontents]
* Dr. Janis Sarra..."기업에 가장 좋은 경영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이라는 원칙은, 경영자가 주주 이외의 모든 국민의 이익을 무시하고 주주 이익만 고려하게 하므로, 법원과 기업정책 입안자들이 기업을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간주하도록 합니다."
기업이 외부효과를 일이크니느 요인은, 기업이 언제나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규정하는 회사법에 있다...
"회사법의 관점에서는, 기업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아닌 것은 모두 외부비용입니다. 기업 때문에 근로자, 소액 채권자, 소비자 ,지역주민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비용입니다....이러한 외부비용은 기업 재무제표에 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타인에게 비용을 떠넘기고 기업이 올리는 수익만 재무제표에 기록합니다. 현재 회사법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 미국노동부는 뉴욕시에 있는 의류공장 93곳을 조사한 결과 35%만이 노동법을 지켰다고 발표
* 로버트 몽크스..."규제기관과 기업인들 사이의 관계를 묘사하는 용어로, 회전문(revolving door)이라는 말이 있습니다...젊은 나이에 정부 기관에서 기업을 규제한 야심찬 인재들이 은퇴한 다음에는 자신이 규제하던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규제기관의 고질적인 인습입니다. 이러한 인습 때문에 일반 대중은 규제기관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습니다."
* WTO에서도 기업과 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한다. WTO가 내놓은 기준인 TRIPs (Trade-Ra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은 제약업계와 바이오테크놀로지 업계가 주요 수혜자다. 그래서 미국, 유럽, 일본 제약업체들이 IPC(Intellectual Property Committee, 브리스톨-마이어스, 뒤퐁, 몬산토, GM도 여기에 참여)...IPC가 TRIPs에 기여...산업계가 힘을 헙쳐, TRIPs를 도입하는 토대를 마련..
* WTO 감시의 근거가 된 GATS(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TRIPs와 마찬가지로, GATS도 산업계의 지속적인 로비가 없었더라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GATS의 경우에는 CSI(Coalition of Service Industries)의 로비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 밀턴 프리드먼 조차 인터뷰에서, 미국사회가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이라는 두 계급으로 나뉘는 현상을 걱정했다. "이래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무산계급의 리스크로 민주주의가 붕괴할 테니까요."
* 몽크스..."기업의 소유권이 원자처럼 미세하게 나뉘고, 기업을 소유하는 주체와 경영하는 주체가 달라졌을 때, 갑자기 사회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 엘레인 버나드...탈규제가 기업의 비용을 개인과 사회에 떠넘긴다고 지적..."공장이 환경을 오염하면, 공장을 돌리는 기업은 돈을 법니다. 돈을 내지 않고 자원을 쓰고, 오염물질을 처리할 비용을 사회에 떠넘기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장부에는 막대한 흑자로 기록되고, 사회의 장부에는 막대한 적자로 기록됩니다....나는 현재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사회에 떠넘기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근로시간을 늘려 직원들을 혹사시키든지, 노동자를 몇 년 부려먹고 건전지처럼 버리든지, 노동자들이 회사에 벌어다 주는 돈에 비해 턱없이 적은 임금만 준다든지, 어떤 지역에 진출해 모든 혜택을 다 누리고 지역을 망가트린 다음 무책임하게 철수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모든 것이 기업이 치러야 하는 비용을 사회에 떠넘기는 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