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업종 매출의 71%…도넘은 일감몰아주기
기사입력 2012.07.02 17:40:00 | 최종수정 2012.07.03 08:12:04
◆ 경제민주화와 한국의 미래 ① / 왜 지금 경제민주화인가 ◆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추천권, 대표소송제기권 등의 권리를 갖게 돼 대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재계는 이를 정치권이 밀어붙이는 경제민주화의 시발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6.63%) 현대자동차(6.75%) 대한항공(9.61%) 지분은 각 그룹 총수의 개인 지분율보다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개정안이 발효되면 `연금 사회주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공방이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 출신인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면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공정거래법, 상법 등으로 분산돼 있는 대기업 관련법을 통합해 재벌규제법을 정하고 30대 대기업집단을 3000개 전문 기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해법을 내놨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상호출자 제한을 받는 35개 대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수는 1205개로 현 정부 출범 당시인 4년 전보다 393개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를 늘린 방법도 고용 창출이 수반되는 신규 회사 설립(47.9%)보다는 자금력을 앞세운 인수ㆍ합병(M&Aㆍ51.2%)이 더 많았다.
특히 물류, 광고, 시스템통합(SI), 건설 등 4대 분야의 경우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계열사 20곳의 매출액 가운데 70% 이상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의해 발생했다는 공정위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들 4대 업종의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71%에 달해 2년 전인 2009년의 67%에 비해 더 높아졌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88%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변칙 상속ㆍ증여나 소수 지분을 통한 황제식 경영 등이 개선되지 않는 등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주도하는 대기업 압박 정책을 통해 실제로 경제민주화가 달성될 수 있는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를 `재벌개혁`이나 `보편적 복지`로 확대 해석하지 말고 자유시장 질서가 유지되는 가운데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헌법 119조 2항의 의미는 시장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방법과 원칙을 갖고 개입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교수도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개혁 입법들이 추진되겠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집행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선거 표심을 의식하다 보니 체계적인 개혁 조치보다는 표심만 자극할 수 있는 단편적인 입법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야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이라거나 `좌클릭`이라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헌법상 명기돼 있는 경제민주화 정신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이를 합리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인영 한림대 교수는 "기업 경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자발적 투자 의욕을 감소시켜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글로벌 시장의 제품 수명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시장과 고객의 요구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기업에 대한 인위적인 규제 정책은 기업의 활력을 저하시켜 국가 경제 전체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1989년과 1995년 판결을 통해 "독과점 방지와 중소기업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도 궁극적으로 자유시장 경제 질서의 확립을 통해 달성돼야 한다"고 적시한 바 있다. 이 같은 판결은 경제민주화를 재벌개혁이나 징벌적 규제, 보편적 복지를 통해 달성하려는 정치권의 시각은 자유시장 경제 질서와 기업의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기획취재팀=이진우 차장(팀장) / 채수환 기자 / 황인혁 차장 / 신헌철 기자 / 이재철 기자 / 경제부 = 이상덕 기자 / 이상훈 기자 / 정치부 = 이기창 기자 / 산업부 = 윤원섭 기자]
'연금사회주의'라는 말...재밌네요...
그런데..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때 더 의욕적일 수 있지 않을까요? .
위 기사.. 의견 말고 fact만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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