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Books_others

문명의 붕괴 _ 조지프 A. 테인터 (The Collapse of Complex Societies _ Joseph h. Tainter)



저자는 이 책에서 문명의 붕괴에 대한 일반적인 11종류의 가설에 대해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반박한다.
그러면서 이 모든 붕괴를 설명할 수 있는 공통적인 이론을 도출하겠다고 한다.
원래 성격상 환원주의나 몇 개로 귀결되는 원칙을 좋아하지 않아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어나갔다.
게다가 그간의 모든 붕괴의 원인에 대한 가설을 부정하고 과연 어떤 원리를 제시할지, 토인비 까지도 비판하고 있는 저자에 대해 일을 너무 크게 벌여놓은 저자가 내심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읽는 과정이 살짝 지루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이야기들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론을 논하기 위해 '한계수익 체감의 법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부터는 이 책에 대해 갑작스런 몰입을 경험하게 되었다.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책에 빠져들게 된다. '삼라만상의 공통적인 원리'의 희소성을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 진기한 논리에 이런저런 반론을 가해보지만, 결국 이것은 또 하나의 희소했던 '공통적인 원리'가 될 수 있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마치 황금률, 복리의 법칙, 멱함수의 법칙 등과 같이 세상을 바라보는 또하나의 유용한 프레임이 되어줄 것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중반부에서 후반까지 저자는 이러한 논리를 실제 역사 사례에 접목해보고, 다시 앞에서 언급했던 11종류의 문명 붕괴의 가설에 대입시켜 적용가능성을 검증하고 저자의 이론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과 함의를 밝힌다. 여기까지도 훌륭했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부분, 현대 문명의 붕괴를 지연시키기 위한 저자의 생각을 논하는 부분은 가히 압권이라 할 만 하다...

고대 사회에서 한계 수익의 저하를 해결하는 방법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농업, 목축, 인력에 주로 의존하던 경제체제에서 이것은 영토의 팽창을 통해 이루어졌다. 고대 로마와 춘추 전국 시대의 진나라는 바로 이 길을 택했다. 과거의 무수히 많은 제국이 택한 방식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처럼 자체적으로 비축해둔 에너지 자원을 가지고 경제를 운영하는 체제에서는, 또 세계 전체가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과 기술은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데 투입되어야 한다. 한계 수익의 저하가 표면화되지 않도록 기선을 제압하는 길은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뿐이다....
...
산업 사회가 한계 수익이 줄어드는 시점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불원간 그런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최근의 역사를 보면 우리는 적어도 화석 연료를 비롯한 몇 가지 원자재에서 한계 수익이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활 수준의 하락과 세계적 붕괴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가 나온다 하더라도 복잡성에 대한 한계 수익이 저하되는 추세를 뒤집어엎을 수는 없겠지만 복잡성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은 전보다 많아질 것이다....
...
어떤 면에서 보면 권력의 진공이 없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진작에 붕괴했어야 할 이 세계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하나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한계 수익의 저하를 감내하면서 일시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은 모두의 피를 말리는 치열한 경쟁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예된 시간을 우리는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내고 개발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설령 다른 경제 부문에서 자원을 빼오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에너지의 연구개발에 무엇보다도 중점을 두어야 한다. 모든 산업 국가는 충분한 자금을 이 분야에 투입해야 하고 거기서 얻는 결과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자금이 민간에서 나오든 정부에서 나오든 어쨌든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작금에 이르러서야 주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이미 20여년 전에 명확하게 예언했던 이 혁신적인 책을 보라..
그러나.. 이런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절판이라는 사실에 조금 안타까웠다....


ratin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