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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크랩][매일경제][매경시평] 기업지배구조 개선, 사람이 답이다

[매경시평] 기업지배구조 개선, 사람이 답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 만들어도 탐욕·비리 앞에선 쓸모없어

지금 기업에 필요한 것은 `도덕지능` 높은 사람들이다"


기사입력 2011.12.04 19:45:11 | 최종수정 2011.12.05 01:36:04





한국사회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하여 무엇이 더 중요할까? 제도일까, 사람일까. 참 어려운 질문이다. 제도는 사람을 제약하고 감시하기 위한 장치지만, 그 제도를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최근 검찰이 SK 회장 형제의 비리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국 기업지배구조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심심치 않게 터지는 여러 대기업 관련 비리와 불법 행위는 아직도 갈 길이 먼 한국사회의 청렴도를 말해준다. 


시장원리는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가설에서부터 시작한다. 인간은 합리성에 한계가 있고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기 쉽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기 위해 제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특히 상품 거래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확보하기 힘든 속성을 가진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신뢰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잘 설계된 제도가 필수불가결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좋지 않으면 제도는 무력화되거나 악용되기 일쑤다. 한국사회에서 빈발하는 수많은 형태의 도덕적 해이가 그 좋은 예다. 


한국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내외적 압력에 적극 순응한 결과이고 높은 경제성과로 연결되기도 했다. 사외이사제도의 경우도 사외이사 수와 비율로만 보면 한국은 국제적 규범을 달성한 지 오래다. 하지만 이 제도의 운용 내용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 대주주와의 특수관계 등에 의해 임용된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 독립성 제고와 대주주 감시 등 본연의 목표 달성에는 많이 미흡하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더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른 선진국은 어떠한가. 세계 최대 에너지회사였던 미국의 엔론은 2001년 분식회계와 부채 누적으로 파산했고, 2008년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부도는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이를 막을 제도가 없거나 부실하여 그랬던가. 아니다. 이를 잘못 운용한 비도덕적 경영진이 문제였다. 


언어학자 헬레나 호지는 `오래된 미래`라는 책에서 인도 북부의 작은 마을 라다크 사람들의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사회의 세련된 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지혜로운 삶의 원칙과 서로 간의 신뢰를 토대로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한다. 


반면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들이 발전해 왔음에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잘못에 의해 자유가 더 구속됐다고 지적한다. 결국 히틀러와 무솔리니까지 등장하지 않았던가. 공자는 요순시대의 `무위이치(無爲以治ㆍ억지로 하지 않고도 잘 다스려지는 정치)`를 논하면서 덕치와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왜 돈을 벌어야 하고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인문학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계속되는 부패는 한국사회의 빈곤한 인문학적 기반과 무관하지 않다. 압축성장에 성공했지만 잃어 버린 소중한 것들도 많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고 강화한들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대기업의 비리는 계속될지 모른다. 특히 돈의 힘이 커지고 이를 감시할 정치의 역량과 리더십이 퇴행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새삼스레 아동심리학자 로버트 콜스가 말한 도덕지능이 생각난다.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한 기술지능이나 감성지능을 넘어서, 탐욕과 비리를 자제하고 자정할 도덕지능이 요청된다. 


도덕지능이 높은 사람은 잘못에서 배우고 비리를 반복하지 않는다. 논란이 되고 있는 SK도 불과 몇 년 전에 유사한 비리로 경영진이 사법처리를 받고 경영권을 잃을 뻔한 위기를 겪지 않았던가. 엔론과 리먼브러더스의 실패는 한국 기업들이 배워야 할 귀중한 반면교사다. 


[류상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기사원문 : http://news.mk.co.kr/v3/view.php?sc=30000001&cm=%C7%EC%B5%E5%B6%F3%C0%CE&year=2011&no=783310&relatedcode=&sID=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