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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news_Nature & Wellbeing

[뉴스스크랩][매일경제]해양생물 마저 위협하는 CO₂

해양생물 마저 위협하는 CO₂

CO₂ 흡수한 바다 산성화 급속 진행…조개·굴 껍데기 녹이고 물고기 신경파괴


기사입력 2012.07.02 17:33:31 | 최종수정 2012.07.02 19:28:52



2005년 미국 오리건 지역의 굴 양식업 생산량이 갑자기 80%나 떨어졌다. 어민들은 기후온난화로 인한 생태 변화가 원인이라고 생각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하지만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산성화가 심해진 심해의 바닷물이 위로 솟구치는 `용승(湧昇)현상` 때문이었다. 


산성화된 바닷물은 굴 껍데기를 녹여 성장을 방해한다. 과학자들은 용승현상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어민들에게 나눠줬다. 어민들은 심해 바다물이 올라오지 않는 곳으로 양식업장을 옮기거나 용승현상이 지나간 뒤 알을 부화시키는 방식으로 지난해 굴 생산량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바닷물의 산성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바닷물의 산성도는 약 3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닷물의 산성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문제다. 바닷물의 산성도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연관성이 크다. 바닷물은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의 4분의 1가량을 흡수한다. 이산화탄소는 물에 녹아 `탄산`이 되면서 바닷물의 산도(pH)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바닷물의 평균 pH는 8.2 정도로 약알칼리성이었으나 현재는 0.1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pH 7이 중성을 나타내며 값이 떨어질수록 산성도는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2000년대 중반에는 0.35나 더 내려가 pH가 7.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화로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자 덩달아 바닷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많아지면서 산성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바닷물의 산성화는 바다 생태계의 맨 아래 부분에 위치한 1차 생산자의 수를 급격하게 감소시킨다. 조개나 굴, 산호, 해양 플랑크톤의 껍데기와 뼈대는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높은 산성도의 물과 만나면 녹아 버린다. 탄산칼슘이 산성을 띠는 물질과 만나면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하면서 물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조개껍데기를 콜라나 사이다에 넣으면 거품을 내며 없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기택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바닷물의 pH가 0.2~0.3만 떨어져도 산성화에 취약한 생물들은 치명적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고기도 바닷물의 산성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올해 1월 호주 제임스쿡대 해양생물학과 필립 문데이 교수팀이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산성도가 높은 물에서 물고기의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데이 교수는 "산성화된 물에서는 물고기가 포식자의 냄새를 맡지 못하거나 잘 움직이지 못했다"며 "바닷물의 산성화가 계속되면 물고기의 생존능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닷물의 산성화가 심각해지자 전 세계 과학자들도 발 벗고 나섰다.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 등 20여 개국 과학자들은 지난달 26일 미국 시애틀에 모여 전 세계 바닷물의 산성도를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기구를 발족했다. 


협력기구에 참석한 이기택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전 세계로 확장시킨 것"이라며 "전 지구적인 문제인 만큼 세계 곳곳에 있는 바다의 산성도 변화를 확인해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모임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번 모임에서는 우리나라 근해의 산성화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관련 연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해의 산도는 10년간 0.04씩 떨어져 전 세계 평균인 0.02에 비해 두 배나 빨리 산성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복과 제주도 특산물인 오분자기의 생산량도 최근 급격히 줄고 있고 전남의 특산물인 꼬막의 씨조개가 생기지 않고 바지락, 굴, 홍합 등이 잘 자라지 못하는 현상도 바닷물의 산성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원호섭 기자] 


[기사원문]





CO2가 지구 온난화 뿐만 아니라 바닷물의 산성화를 촉발한다는 것.

수온 상승보다 앞서 해수의 산도 변화로 해양생태계가 더 빠르게 파괴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기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