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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Books_B&I

이성과 비이성 사이 (Rationality VS Irrationality) ; [드라이브], [경제학 콘서트 2], [상식 밖의 경제학], [경제심리학], [어댑트]

경하는 지인 두 분이 있다.
두 분 모두 서로 친하지만 성향이 판이하게 다르다.
 

한 분(A라고 하자..)은
 '전략적'인 삶을 지향하며 '최적의 효율적 경로'를 항상 고민한다.
A라는 분은 전쟁사나 [손자병법]같은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Dan Ariely


그리고 
또 다른 한 분(이 분은 B라고 하자..)은 이와는 조금 다르게 감성적이고 삶의 우연성과 불확실성에 유연한 입장을 가진 편이다. 

물론 나는...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B에 가깝다. 투자업에 몸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심리학(Psychology)이나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투자의 스타일도 인간의 비이성적인 측면에 의해 생기는 안전마진을 고려하는 (가치)투자, 소수의 편에 서는 투자, 역발상 투자 등으로  귀결된다.


런데 이것 참 재미있다. 
B라는 분이 얼마 전 인간의 비이성적인 측면을 다룬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 Dan Ariely지음)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왠지 B와 잘어울렸다.
(오른쪽 사진이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 Dan Ariely이다)

그런데 나는 마침 또 그때 B라는 분이 읽고 있는 책의 저자 Dan Ariely의 이야기가 나오는 [드라이브(Drive, Daniel H. Pink지음)]라는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Tim Harford


[드라이브]의 한국 번역서에 보면 역자이신 김주환님이 친절하게도 Dan Ariely 이야기와 함께 Tim Harford의 논쟁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로써 다시 지인 A와 지인 B가 얽히게 된다.(너무 작위적인가...)

어쨌든 [드라이브]라는 책에 잠깐 소개된 댄 애리얼리팀 하포드 두 분은 모두 경제학자이며 유명한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데, 이 두 분은 인간의 행동과 경제활동에 대해 조금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팀 하포드의 경우에는 '인간은 대부분의 경우 이성적이다(Mostly Rational)'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고, 댄 애리얼리의 경우는 '인간은 대부분의 경우 비이성적이다(Mostly Irrational)'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학 콘서트 (The Logic of Life) _ 팀 하포드 저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댄 애리얼리팀 하포드 두 사람은 2008년에 각각 책 한 권 씩을 출판한다.

먼저 팀 하포드Tim Harford [경제학 콘서트2(The Logic of Life)라는 책을 발간한다. 한국에서는 저자의 [경제학 콘서트(The Undercover Economist(2007))]의 인기에 힘입어 같은 저자의 책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경제학 콘서트2]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출간되었다.

책의 부제인 'The Rational Economics of an Irrational World'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들은 비이성적인 세상, 혹은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람들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기보다 꽤나 합리적이라고 이야기한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간을 가정한 경제학의 관점에서 사람들의 소소한 행태들을 신선하게 풀어내고 있다. (자연스레 이 책을 보고 무척 이성적인 A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상식 밖의 경제학 (Predictably Irrational) _ 댄 애리얼리 저









그에 반해 같은 해에 댄 애리얼리는 경제학의 새로운 부류로 부상한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심리와 행태를 고찰한 책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을 출간한다. 당시 경제학계는 '인간은 합리적인(이성적인, rational) 의사결정을 한다'라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기에, 저자의 이러한 의견이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는다. (책의 내용도 워낙 흥미롭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발간되었으면서도 핵심 주장이 대립되는 이 두 책에 대해 독자들과 저자들은 뜨거운 논쟁을 이어갔다. (논쟁을 암시하듯, 책 표지의 '경제학'이라는 글자의 모양까지 닮아있다...좀... 억지인가^^)
댄 애리얼리는 심리학자들이 주로 하듯이 기발한 Lab Experiment (연구실의 실험)을 통해 인간의 합리성을 반박하고 비이성적인 면을 강조하는 실험을 즐겨 했는데, 이를 팀 하포드는 연구실에서의 실험 결과와  실제 현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주장했다. 급기야 둘은 글에서 동영상으로 논쟁을 이어갔다.





댄 애리얼리 역시 팀 하포드를 향해 동영상으로 논쟁을 했다. (게시 날짜를 보니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서와는 다르게 Dan Ariely의 동영상이 먼저 나왔던 것 것 같다.) 



이렇게 열띤 논쟁을 벌인 인간의 이성적인 측면과 비이성적 측면. 과연 어떤 것이 옳을까?
단정지을 수 없지만, 크게 비껴나가지 않으려면... '인간에게는 이성적인 측면과 비이성적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 정도로 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라고 하면..나는 인간이 주로 이성적이라기 보다는 비이성적이라는 견해에 더 마음이 끌린다. 그리고 비이성적이어서 인간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나가 해피 엔딩으로 매듭을 짓자.

경제 심리학 (The Upside of Irrationality) _ 댄 애리얼리 저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의 저자 댄 애리얼리는 2010년 다시 인간의 비이성적인 측면을 다룬 [경제심리학(원제는 The Upside of Irrationality 이다)]를 출간한다. 전 편이 인간의 비이성적인 측면의 어두운 면(혹은 위험성)에 관한 것이라면 두 번째는 비이성적인 측면의 밝은 면(혹은 가능성)에 관한 책이다.


어댑트 : 불확실성을 무기로 활용하는 힘 (Adapt: Why Success Always Starts with Failure) _ 팀 하포드 저











 





 그리고 팀 하포드 역시 2011년에 [어댑트 : 불확실성을 무기로 활용하는 힘(
Adapt: Why Success Always Starts with Failure)] 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전작 [경제학 콘서트2] 에서 다룬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주제에서 살짝 벗어났다. (복잡성과 게임이론 등 기존 경제학적 관점이라는 측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제 그는 '우리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실패는 불가피하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팀 하포드의 책에는 다음과 같은 댄 애리얼리의 찬사가 담겨 있다.

“Tim Harford has made a compelling and expertly informed case for why we need to embrace risk, failure, and experimentation in order to find great ideas that will change the world. I loved the book.” 
       —Dan Ariely, author of Predictably Irrational and The Upside of Irrationality
 
"팀 하포드는 세상을 바꿀 멋진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왜 위험, 실패, 실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전문가적 식견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나는 이 책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댄 애리얼리; 상식밖의 경제학, 경제심리학 저자 

 미국에서 이 책의 부제 'Why Success Always Starts with Failure(왜 성공은 항상 실패에서 시작하는가)'를 보고 꼭 읽어 보리라 마음먹게 된 책인데,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이 책과 조우하게 되었다.
아직 책상에 쌓아두고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의 지인 B는 몇일 전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계획은 계획일 뿐, 현실은 다르다. 직접 그 상황에 부딪혀 봐야 한다' 

이것은...이 책의 주제 아닌가...
B가 달라진 것 같진 않다. 그렇다면 팀 하포드가 달라진 것일까? 
아니면, A와 B의 공통분모가 이 책 안에 담겨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무척 기대된다. 







(* 덧붙임 : 혹시 댄 애리얼리와 팀 하포드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두 사람의 TED 강연 동영상을 아래에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