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간 한인男, 진주만가서 폐휴지 줍더니…
水처리 1건으로 연매출 3배 올려
기사입력 2012.08.23 18:09:42 | 최종수정 2012.08.25 08:30:01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진주만 서쪽 와이파후시에 있는 폐기물 처리 업체 와이파후 리사이클링. 구리와 알루미늄 등 비철금속과 페트병, 플라스틱, 유리 등 폐기물 처리 업체인 와이파후 리사이클링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10% 이상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 700만달러(80억원)가량에 영업이익도 30%에 달했다. 이 회사 전재완 사장(54)이 와이파후 리사이클링을 세운 것은 1990년대 초. 당시 이민 초기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ㆍ여행ㆍ요식업 등 사업 기회를 고민하던 전 사장은 과감하게 폐기물 처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 사장은 "1990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래 20년간 불황에도 크게 차이가 없다"며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하와이에서 업체 간 경쟁이 제한적인 데다 미국 안팎에서 폐기물 처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생물 제제를 사용해 하수 슬러지(처리물)를 유기질 퇴비로 만드는 업체인 코엔바이오.
7년 전부터 중국사업 진출을 추진해온 이 회사는 중국 헤이룽장성 환경기술보급센터와 83억원 규모 미생물 제제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1월부터 제품을 공급한다. 지난해 코엔바이오 국내 매출이 30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연간 매출의 3배 가까운 계약을 중국에서 이끌어 낸 것이다.
염규진 코엔바이오 사장은 "중국 현지 실증화 작업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제품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기 새로운 사업 기회 중 하나로 환경산업 가능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폐기물 관리와 수처리, 청정에너지, 대기 관리 등으로 대변되는 환경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8000억달러(약 904조원)에 달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산업은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도 연평균 3.2%가 넘는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글로벌 환경산업 연구소인 EBI에 따르면 2020년 1조900억달러(약 1232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기획취재팀]
■ `멤브레인`이 뭐길래…베올리아·GE·지멘스 사활 걸었다
"글로벌 침체불구 연평균 3.2%씩 성장"
美·英 천문학적 투자로 시장 선점나서
물을 정화하는 데 필요한 박막부품으로 수(水)처리 솔루션의 핵심부품인 멤브레인(Membrane). 최근 이 멤브레인을 개발해 공급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프랑스 기업으로 수처리 부문 글로벌 시장 1~2위를 다투고 있는 베올리아 워터(매출 20조9000억원)나 수에즈(매출 10조9000억원)의 수위 경쟁에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의 공룡기업 지멘스가 뛰어들었다.
GE워터와 지멘스워터는 아직 매출이 각각 2조8000억원과 1조9000억원에 불과하지만 멤브레인과 소재부품 개발에 치중하면서 수처리 사업을 핵심 역량으로 키울 기세다.
국내에서도 삼성그룹 소재 계열사인 제일모직의 멤브레인 매출이 분기당 100억원까지 늘고 있는 상태로 더욱 고도화된 멤브레인 제품 생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 역시 도레이 아사히가세이 등이 경쟁구도에 뛰어들었다.
싱가포르 울루판단에 있는 수처리 플랜트 전경. 이 플랜트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시설로 하루 36만t의 하수를 처리해 공업용수로 이용한다. <사진 제공=싱가포르 국립수자원공사>
이처럼 환경산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은 이미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장기 불황기에 연평균 3.2%가 넘는 성장세가 예상되면서 전체적인 `파이`만 해도 앞으로 8년 안에 1조900억달러(약 1232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진출에 `발톱`을 세우고 있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당장의` 탄소감축 논의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시장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심각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환경산업에 대해 막대한 투자와 적극적인 시장 진출 노력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켈리 지글러 RGGI(Regional Greenhouse Gas Initiative) 이사는 "많은 기업이 글로벌 탄소감축 논의 이후에 형성될 새로운 시장구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 진출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수처리 부문의 수요는 가히 가늠이 어려울 지경이다. 유엔은 2025년까지 전 세계 약 20% 국가에서 27억명의 인구가 물 부족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노후 시설 교체 수요가 커지고 있고, 개도국의 경우 상하수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과 영국이 각각 500조원과 128조원의 막대한 재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투자 규모는 무려 8375조원에 달한다.
한국 정부 역시 2015년까지 국내 물 산업시장을 약 20조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물 시장은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 거의 완료됐고 수년 안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국내 매출 100억원 이상 환경기업 중 58%가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라면서 "국내 기업의 기술력과 제품 수준이 인정을 받으면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신흥 개도국들의 환경 협력 요청이 늘어나는 등 해외 물시장 진출 기회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움직임도 `주목해서`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시장은 수처리 시장에 더해 고체폐기물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도시 지역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와 관련된 완벽한 체계가 형성되지 않았고 농촌과 지방 소도시의 경우 기초적인 수준도 유지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환경과학연구원에 따르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연간 1억6000만t에 달하고 있지만 처리율은 70%에 머물고 있다.
농촌과 중소도시에서는 연간 6000만t가량이 발생하지만 처리율은 30%가량에 그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말까지 2636억위안(약 46조9049억원)을 투자해서 도시의 폐기물 처리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폐기물 총량의 35%는 소각해 처리할 예정인 만큼 기존에 철강업이나 시멘트 업종 등에 종사하던 중국 업체들이 폐기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위시엔 중국농업대학교 환경공정학 교수는 "10년 전에 두 개에 불과했던 폐기물 소각발전소가 현재는 전국에 200개가량이 건설돼 있다"며 "처리율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10년 안에 1000개가량으로 확대될 것이고 중국환경산업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이플럭스`, 알제리공사 하나로`글로벌기업`
싱가포르 水처리기업`하이플럭스`
싱가포르의 수처리 기업인 하이플럭스는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1989년 3명으로 시작했던 직원 규모는 2300명으로 늘었고, 연매출도 5억2500만싱가포르달러(48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싱가포르 조달청이 발주한 하루 평균 폐수처리 2만4000t 규모 대형사업인 셀레타 뉴워터(Seletar NEWater) 플랜트를 수주했다. 싱가포르 최초이자 최대 해수 담수화 플랜트인 싱스프링(SingSpring) 담수화 플랜트를 20년간의 운영조건으로 따내기도 했다. 2008년에는 알제리 마그타(Magtaa)의 50만t 담수 플랜트 수주경쟁에 참여해 미국의 GE컨소시엄을 제치고 따내는 데 성공했다.
환경산업 시장의 성장으로 최근 하이플러스처럼 내수기업에 불과하던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수처리 기업 베올리아 워터의 계열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 환경서비스도 비슷하다.
1953년 생활 폐기물 취합 서비스로 시작한 이 회사는 소각로 사업과 독성 폐기물 처리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폐기물 처리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갔고, 이 회사의 매출은 2003년 59억유로(8조3595억원)에서 최근 92억유로(베올리아 워터 제외, 13조410억원)까지 늘어났다.
연평균 12%의 성장세다.
환경시장의 성장과 함께 다른 업종의 대규모 기업들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GE는 정수와 폐수 처리 전문기업인 아이노닉스(Ionics)를 인수해 산업용 수처리 설비와 기기 부문 등 인프라스트럭처 분야로 사업영역을 키웠다. 지멘스도 베올리아의 장비사업 부문인 유에스 필터스(US Filters)를 인수해 수처리 장비분야에 뛰어들었다.
국내 대기업들도 M&A 등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며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멤브레인 개발 이후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물산업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과의 동반진출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10년 9월부터 수처리사업에 뛰어든 LG전자는 지난해 8월 하이엔텍을 인수해 하수처리 시설의 실적과 운영 노하우를 확보했다.
코오롱그룹은 2006년 국가산업단지 폐수처리장 7곳과 전국 43개 지역의 436개 하수 및 폐수처리장을 관리하는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하면서 운영능력을 갖춘 이후 멤브레인 모듈 개발에 성공해 자체 기술력까지 확보했다.
최근에는 수자원공사와 함께 10만t 규모의 중국 장쑤성 쓰양지역 상수도사업권을 따냈다.
건설사들도 환경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5억달러 규모의 알제리 하천 복원 사업을 수주한 대우건설도 최근 4~5년간 물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포스코건설도 환경산업 분야 영업조직을 2명에서 10명으로 확대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중동과 중남미 시장 진출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 水처리·폐기물관리환경산업 70% 차지
환경산업 시장에서 가장 `볼륨`이 큰 부문은 수처리 산업과 폐기물관리 부문이다.
이 두 분야가 전체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수처리 산업은 생활ㆍ 공업 등의 용수생산과 공급, 하ㆍ폐수의 이송과 처리, 상하수도 폐수처리시설 건설업, 엔지니어링 등을 망라한다.
수처리 부문은 2010년 약 4828억달러에서 2025년 865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전체 수처리 산업에서 비중이 5%에 불과한 해수담수화 시장에 치우쳐 있다.
또한 건설사 위주로 상하수처리장을 시공해 주는 데 그칠 뿐이다. 핵심부문인 멤브레인 등을 활용한 정수시스템이나 이후 상하수처리장을 운용하는 분야에는 제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베올리아워터나 수에즈환경 등 글로벌 기업은 시공뿐 아니라 운용까지도 하면서 큰 수익을 올린다.
폐기물관리 산업은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매립해 소각하는 사업부터 자동차나 각종 가전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사업 등이 해당된다.
청정에너지 산업은 폐기물을 열화학적인 방법이나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열이나 전력 등으로 에너지화하는 사업 분야도 전체 환경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한다.
탄소배출이 적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사업으로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사업 등이 해당된다.
[기획취재팀 = 김경도 차장 / 베이징 = 서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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