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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크랩][매일경제]곡물값 `수상한 폭등` 그 뒤엔 헤지펀드·곡물메이저가 있다

곡물값 `수상한 폭등` 그 뒤엔 헤지펀드·곡물메이저가 있다

헤지펀드 밀 투기자금 2008년 이후 최대 

대형社들 중소업체 M&A로 영향력 확대


기사입력 2012.08.13 17:17:00 | 최종수정 2012.08.15 11:38:09





◆ 국제 곡물가 급등 ◆

"작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지만 시장 활황이 계속되다 보니 회사 몸값은 급등했어요. 이 기회에 중소 회사들이 곡물 메이저에 잇따라 사업을 매각하고 있어요." (미국 곡물회사 드롱컴퍼니 보 드롱 부사장) 


세계 최대 옥수수 재배지(콘벨트)인 미국 위스콘신주 클린턴타운. 최근 55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덮친 이곳에서 만난 드롱 부사장은 "전통 있는 지역 회사들마저 속속 메이저에 흡수되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콘벨트에서는 두 개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첫째는 가뭄 전쟁이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애그플레이션(곡물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전 세계 옥수수 생산의 약 25%를 담당하는 초대형 공급기지 미국에 지독한 가뭄이 들며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은 이미 2008년 애그플레이션 수준을 넘어섰다. 두 번째 전쟁은 이보다 더 미묘하다. 바로 기업 인수ㆍ합병(M&A) 전쟁이다. 그 중심에 국제 곡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곡물 메이저가 자리 잡고 있다. 


헤지펀드 등 글로벌 큰손들의 직접투자 수요도 곡물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13일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 등에 따르면 밀 선물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7일 기준)은 5만7118계약으로 2008년 애그플레이션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곡물 비상업용 순매수 포지션이란 실제 곡물이 필요해서 투자하는 실수요가 아니라 투기를 목적으로 곡물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만큼 밀값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세력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연저점을 찍었던 옥수수 투기자금도 이달 29만1313계약으로 지난 3월 연고점(31만1712계약) 수준으로 급증했다. 

한석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올해 가뭄 등 곡물생산 감소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헤지펀드 등을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올 연말까지 투기자금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 박사는 "8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반구가 곡물 파종에 들어간다"며 "남반구 생산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투기자금에 의해 곡물시장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곡물메이저 번기 지분 4.8%를 전격 취득하는 등 큰손 국부펀드도 곡물 현물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미국의 극심한 가뭄은 당장 국내 식탁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또 곡물메이저들 간 M&A 전쟁은 한국 식량 안보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중장기 문제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가운데 28위에 불과하다. 특히 옥수수와 밀은 자급률이 각각 0.8%에 그치며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콘벨트에서는 곡물시장 활황에 중국 수요 기대감 등이 겹치며 카길, ADM, 번기, LDC 등 국제 곡물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4대 메이저업체가 중소형 회사들을 쇼핑하고 있다. 

실제 시카고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컨소시엄(AGC)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지역 곡물 관련 기업 M&A는 42건으로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19건)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올해 5월까지 M&A된 기업만 26건에 달한다. 

지난 5월 일본 5대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는 미국 3위 업체 가빌론을 53억달러에 인수하며 일약 세계 3대 곡물 메이저로 도약했다. 

카길은 최근 동콜로라도 중형 곡물업체를 인수했고 ADM도 미국 곡물 저장ㆍ유통업체와 공급계약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1990년대까지 4대 메이저가 지배했던 곡물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메이저 간 확장 경쟁으로 일본계 마루베니, 싱가포르계 윌마, 홍콩 노블그룹 등이 두각을 나타내며 `빅9` 체제로 전환됐다. 

이들은 곡물자급률이 낮아지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곡물 수입은 2001년 2800만t에서 2010년 7200만t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곡물 수출은 2100만t에서 100만t으로 줄었다.

대두 소비량이 불어나며 올해 중국 대두 자급률(17.8%)은 최초로 20%선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수요 증가로 글로벌 대두 가격은 연초 이후 38% 뛰었다. 

김학수 AGC 대표는 "우리나라 곡물 수입은 카길, ADM 등으로 공급처가 국한돼 있다"며 "가격이 급등하면 독과점적 시장 영향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곡물을 수입할 수밖에 없고 그 여파는 서민 물가에 직접적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