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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크랩][매경이코노미][한반도 아열대화] 뜨거운 한반도, 무엇이 달라지나…의류업체 재고 관리에 비상


[한반도 아열대화] 뜨거운 한반도, 무엇이 달라지나…의류업체 재고 관리에 비상


기사입력 2012.07.02 09:15:32 | 최종수정 2012.07.02 13:39:04



# 올해 충남 대천,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은 6월 1일 개장했다. 때 이른 무더위가 지속되자 개장일을 앞당겼다. 이러다 내년에는 5월에 해수욕장을 개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 지난 30년간 대구의 사과 재배면적은 623 ha에서 157ha로 75%나 감소했다. 1980년대만 해도 사과 재배지 하면 누구나 대구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과 재배지가 충청도 지방을 거쳐 강원, 경기 포천 지역까지 북상했다. 




한반도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6월 낮 기온이 연일 30도를 훌쩍 넘어서면서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가뭄도 극심하다. 지난 5월부터 6월 20일까지 50여일 동안 서울의 누적 강우량은 10.6㎜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04년 만에 가장 적다. 서울과 경기 서해안, 충남 서해안은 예년의 10%에 불과할 정도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탄소배출 감축을 하지 않을 경우 2050년 우리나라 기온은 3.2도 상승할 전망이다. 지금부터 8년 후인 2020년까지 기온이 최대 1.5도 오르면서 지난 100년간(1911~2010년 1.8도 상승) 속도와 비슷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도 머지않아 보인다. 기상청은 2070년에 백두대간의 일부 고산지대를 제외한 한반도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2020년 우리나라 전국 경지면적의 17%가 아열대 기후 지역이 될 수 있다. 


기온이 오르면 우리 경제도 적잖은 피해를 본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우리나라 기후 변화의 경제학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전국 벼 생산량이 2.93% 감소한다. 임동순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온이 4도 상승하면 국내총생산(GDP)의 5.6%가 손실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까지 내놓았다. 


2050년 한반도 기온 3.2도 상승 


산업별로 보면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농민들은 농작물 재배지 이동에 따라 작물을 바꾸거나 기후에 맞는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이미 아열대성 작물인 감귤과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은 남해안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 수온이 높아지면서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어획량이 급감했다. 

심교문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기상연구실장은 “사과와 배는 기후 변화에 민감해 경남 밀양에서는 더 이상 사과나 배를 심기가 어렵게 됐다. 이런 작물 재배지가 북상하면 그 빈자리는 아열대 과일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류업체들은 수요 예측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고 관리가 쉽지 않게 된다. 건설업도 날씨 변화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표 업종이다. 생산활동이 주로 바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온, 강수, 바람 등 날씨 변화에 따라 시공 품질이 낮아지고 부실시공이 우려되는 한편 사고 우려도 커진다. 날씨에 민감한 레저산업도 타격을 받고 기후 변화로 재해가 늘면 보험회사 손실도 커질 수 있다. 가정에서도 고온다습한 기후로 질병이 늘어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덩달아 정부 재정 손실을 불러올 우려도 크다. 

물론 기후 변화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날씨정보를 이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날씨가 ‘최고의 영업사원’이 된 셈이다. 

삼성에버랜드는 골프장용 자동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해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자체 종합기상관측시스템을 구축해 골프장 주변 날씨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부킹 취소율을 줄이는 골프장도 많다. LG생활건강은 날씨정보로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를 줄이고 있다. 한 예로 폭우와 장마로 과일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 명절 때 생활용품 선물세트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건설사들도 기상정보를 이용해 공정을 신축성 있게 조절하는 ‘날씨경영’을 도입했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이 기상정보 구입에 투자하는 비용은 연간 2000만~3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기상정보를 이용해 추가 보수 공사를 줄이고 인명사고를 예방해 얻는 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30억원을 넘는다. 가전·빙과업체에도 호재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고 빙과류 시장도 비수기가 사라졌다. 

‘날씨정보가 돈’ 날씨경영 인기 

지자체도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폭설에 시달리던 전북 고창군은 2008년 전국 최초로 기상관측소를 세웠다. 고창군은 호남 서해안 중간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기상이변이 빈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에는 220㎝ 폭설이 내려 무려 600억원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도 기업들의 날씨경영을 돕고 있다.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올해부터 기상정보를 활용해 경영하는 기업, 기관을 대상으로 ‘날씨경영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기상 재해,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다. LG생활건강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서울메트로 등 20여개 기업·기관이 인증을 받았다. 인증기업, 기관에는 날씨경영, 기상사업화 컨설팅을 지원한다. 

덩달아 기상산업도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1500억원대인 기상·기후산업 매출 규모를 3000억원 이상으로 늘릴 전망이다. 기상산업 연구개발(R&D) 예산도 올해 32억7000만원에서 내년 5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상업계 관계자는 “기상정보는 정부가 제공하는 무료 콘텐츠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기상정보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면서 앞으로 기상선진국 못지않게 기상산업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간 기상업체들에도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날씨정보를 전문으로 제공해 수익을 올리는 민간 기상정보업체도 10여곳이나 등장했다. 1000곳 넘는 기업들이 비용을 주고 민간 기상업체로부터 날씨정보를 받고 있다. 민간 기상정보업체인 케이웨더 김동식 사장은 “기업들이 날씨에 민감해지면서 날씨금융사업 등 다양한 파생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류업체 C사의 날씨경영 사례 

겨울 기온 예측했더니 매출 대박 

의류를 판매하는 C사는 지난 2010년 기상정보 컨설팅업체 A사로부터 날씨 컨설팅을 받았다. 의류업체 특성상 날씨가 의복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눈, 비가 오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줄어들고, 이는 곧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기상이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심각하게 고려해본 적은 없었다. 

기상정보 컨설팅업체는 날씨가 C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매장 수와 매장별 방문객 수, 브랜드별 판매량 등 방대한 정보를 날씨에 따라 다시 정렬했다. 이를 통해 월별 상세 수요를 예측하고 날씨에 따른 매출 변동 폭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기온이 올라갈 때 판매량이 감소하는 옷과 증가하는 옷이 무엇인지 찾아 날씨에 맞춰 잘 팔리는 의류를 디스플레이했다. 또한 특정 날씨에 특정 의류를 구매한 사람이 같이 구매하는 물건들도 찾아서 제시했다. 이를 통해 C사는 연계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컨설팅 결과는 기존 인식과 다른 부분도 많았다. 예를 들어 C사는 평일보다 주말 판매량이 많기 때문에 주말에 비가 오면 매출에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 C사에서 가장 유명한 B브랜드의 경우 평일에 비가 20㎜ 이상 오면 매장을 찾는 손님이 15% 감소한 데 비해, 주말에 비슷한 양의 비가 오면 매장을 찾는 손님의 감소 폭이 5%에 불과했다. 

주간 단기 예보뿐 아니라 연간 예보량 예측도 기업 경영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2010년 당시 C사를 컨설팅한 민간 기상업체는 라니냐가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라니냐 현상은 동태평양에서 평년보다 0.5도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는 이상해류현상이다. 보통 라니냐가 있는 해는 겨울 온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기상업체는 겨울철 의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C사 관계자는 “가을 제품 제작에 투입되는 공정 비중을 줄이고 외투, 패딩 등 겨울철 의복 제품 5종의 생산을 각각 3배씩 늘렸다. 이는 고스란히 판매로 이어졌고, 덕분에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문희철 기자 reporter@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63호(12.06.27~7.03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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