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news_SRI
[뉴스스크랩][주간조선]“환경 잘 지키고 사회공헌 잘하는 기업에 이젠 투자하라” - 사회적책임투자 자문회사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
Young Do Kim
2012. 3. 23. 00:43
2010년 4월 20일, 미국 남부 멕시코만에서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딥워터 호라이즌’이란 이름의 사고 시추선의 운영 회사는 브리티시 페트롤륨(British Petroleum).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5위권 안에 드는 초우량 기업이었던 브리티시 페트롤륨의 주가는 이 사고 직후 한 달 새 13%가량 폭락했다. 전체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약 200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셈이었다. 원유 유출 사고로 이 회사는 파산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멕시코만 사건은 기업의 환경 리스크 관리 부주의가 한 회사의 존폐에 어떤 위협을 가할 수 있는지 극명히 보여준 사례로 기록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관리는 이제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과 불가분의 관계가 됐습니다. 환경 관리, 공급자 관리, 노사 관리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는 기업에 있어 큰 리스크입니다. 반대로 이를 잘 관리하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책임투자 전문가 류영재(52)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비재무적 요소가 곧 돈과 직결되는 시대”라고 거듭 강조했다.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로 대표되는 기업의 비재무적 변수들이 점차 기업의 주요 경영 요소로 등장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 능력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CEO 제프리 이멜트 역시 “환경이 돈이다(green is green·뒤의 green은 달러의 속어)”란 말을 통해 돈의 흐름이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SG 평가 컨설팅회사 등장
ESG 관리의 중요성은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 시 ESG 리스크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SRI)’의 전 세계적인 확산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며 30조달러의 자산을 운영하는 900개 투자기관이 유엔 책임투자 원칙에 서명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대변한다. 유엔 책임투자 원칙은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의사 결정이나 기업 운영에 있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를 주요 고려 사항에 포함시켜 투자자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향상시키자는 운동이다. 2006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과 30여개 금융기관장들이 동참했다.
기업투자에 있어 ESG 평가가 중요해지는 추세는 국내에도 반영됐다. 사회적책임투자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 조동성 서울대 교수(경영학)가 운영하는 IPS, 에코프론티어, 좋은기업지배연구소 등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자문하는 회사들이 생겨났다. 물론 이전에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 등 기존의 회사·기관 산하에서 ESG를 평가하는 역할이 있었지만 사회적책임투자 자문만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가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지난 3월 14일 서울 강남 역삼동 서스틴베스트 사무실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기업의 비재무적 부문은 그 대상이 광범위해 평가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든다”며 “사회적책임투자의 지표를 ESG로 한정해 평가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상장기업의 ESG를 평가해 사회적책임투자를 하는 국내 펀드사에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펀드사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펀드 등 4군데이다.
상장회사의 평가는 다섯 단계로 진행된다.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기업 공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환경관리공단, 금융감독원, 한국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산재한 공개 자료를 다 모으는 데만 3개월 정도가 걸린다. 류 대표는 “일괄적 평가를 위해 어느 정도 공신력 있는 자료만으로 평가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모은 뒤엔 ‘확인(verification)’ 과정을 거친다. 공개된 자료에 혹시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니 해당 기업에 자료를 보내 확인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은 이 단계에서 이의가 있으면 근거 자료를 보내 보정을 요구할 수 있다. 확인된 데이터로 기업평가를 한 뒤 외부에 공개하면 한 사이클이 완성된다. 최종 등급은 섹터 내 최우수(best-in-class) 방식에 따라 7등급으로 구분된다. 국내 상장기업의 주주총회가 모두 끝나는 4월부터 시작해서 총 4개월 반 가까이 걸린다.
ESG 등급 높은 기업이 주가 높아
류 대표는 “ESG 리스크가 기업의 경영효율성과도 긴밀하다는 데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동종 업계 내에서 탄소를 덜 배출하며 비슷한 양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회사의 에너지 관리가 다른 회사에 비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비용 면에서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해당 기업이 경영 면에서도 효율적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ESG 지수를 평가한 뒤 회사의 주가와 역으로 비교분석해 봐도 ESG와 재무성과의 양(陽)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책임투자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가 제공한 ESG 평과 결과와 주가 성과를 비교해보면 ESG 성과등급이 가장 높은 기업이 가장 낮은 기업에 비해 주가가 60% 정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 대표가 서스틴베스트를 처음 설립한 2006년만 해도 국내에선 사회적책임투자 시장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는 “회사 설립 후 3년 가까이 수입이 제로였다”며 “처음 시작할 땐 집사람이 사회 책임 전에 가족 책임이나 먼저 지라고 할 정도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 시장이 곧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그를 지탱했다. 그는 “현재 국내 사회적책임투자 펀드 규모는 5조원”이라며 “그중 서스틴베스트가 차지하는 게 1조8000억원 규모”라고 말했다.
“제가 처음 이 회사를 세웠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 경영’이란 말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사명감 측면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블루오션을 본 것 같습니다.”
“투자와 사회적 책임 결합한 하이브리드”
그는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였다. 외국계 증권사 생활에 이어 현대증권 지점장까지 ‘증권맨’ 경력을 14년간 쌓아왔다. 그는 증권 애널리스트이자 펀드매니저로 나름대로 잘나가던 중 회사를 그만두고 훌쩍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2000년의 일이었다. 당시 주식형 펀드의 효시 격이었던 ‘바이코리아 펀드’가 현대증권의 시세 조종에 사용됐다는 것이 알려지며 사회적으로 물의가 빚어진 것이 계기였다. 이 일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구속되는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났다. 류 대표는 “그때 제가 마흔 줄에 들어섰는데 한국 증권 투자에 대한 회의감과 인생에 있어 돈만 추구해서야 되겠느냐는 생각 등으로 복잡했다”며 “어찌 보면 저도 사회 무책임 투자(바이코리아펀드 사태)에 일조한 공범 아닌 공범이란 생각이 들어 자괴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가 영국에 도착한 2000년 7월 영국에선 사회적책임투자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퇴직연금이 기업에 투자될 때는 반드시 기업의 ESG 성과를 고려하도록 법률이 개정된 것이다. 그는 “ESG를 고려하면서도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며 “투자적 측면과 사회적 책임 측면이 결합된 일종의 하이브리드였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이 분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애슈리지비즈니스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영국 최대 연금펀드인 헤르메스 연금펀드에서 프로젝트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2004년 귀국해 2006년 서스틴베스트를 창립했다.
‘좋은 기업’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했다. 개인적으로 특정 지배주주의 이익만이 아니라 전체 주주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다. 그는 “건강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 추가적인 기업 가치 증식은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주주 가치의 훼손을 막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가 안 좋은 기업은 시장에서 추가적 디스카운트를 당할 수 있는데 그만큼 주주 이익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주주가 회사 주인… 기본으로 돌아가야”
그는 최근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되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는 몰아준 회사의 주주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기업 이사들의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사 제도에 대해서도 그의 소신은 단순 명쾌했다. 그는 “소액주주화가 되고 주주들의 전문성이 낮아지면서 이들을 대신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신 맡아서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이사 제도”이라고 거듭 말했다. 주주의 대변인 격인 이사가 본래의 역할과 달리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데 지배구조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사들이 사주와의 지연, 학연 등 이런저런 관계로 영입되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결국 회사의 거수기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은 이사협회에서 상법·지배구조·해당 부문에 기본 지식 등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수료증을 받은 사람만 이사가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기본적으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사람들이 이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4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사내·외 이사들의 책임을 크게 완화시킨 이번 개정안은 개악(改惡)이다”라며 쓴소리를 했다. 3월 주총을 앞두고 일부 상장법인들이 이 상법 개정안에 따라 이사들의 책임은 줄이고 권한은 확대하는 정관 개정안을 내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이사 책임 축소 등과 관련한 정관 변경에 반대 의견을 나타내면서 기업들이 주춤한 상태다.
류 대표는 “결국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주주에게 올바른 투자 기준을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꾸준히 투자자들에 유익한 기업 평가 정보를 제공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다”며 “이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6월 중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198호] 2012.03.19
김경민 기자
<원본 출처 : 주간조선>
서스틴베스트(SUSTINVEST)의 대표이사이자 [한국형사회책임투자]의 저자이신 류영재 대표님께서
SRI(사회책임투자)와 주요 항목인 ESG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