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S

Carpe diem

Young Do Kim 2012. 3. 1. 01:41



가람이에게 '놀아'라고 해야 할 때 '일해'라고 해 버렸다.
딸아이가 놀자고 하면 으례 '아빠는 일해야해'라고 답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일한다'는 말이 입에 찰싹 달라붙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딸아이는 아빠를 통해 자연스레 '놀이'의 반대말이 '일'이라는 것을 매번 확인한다.
아빠는 '일' 안할 때 자기랑 '놀아' 주므로...

그런데 새삼스럽게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더라.
''일'과 '놀이'의 차이가 무엇인가, 그것이 꼭 양립해야 하는가...'

나는 생각해보면 '일'한다고 하면서 나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이 '놀이'의 반대가 아니라 사실은 나에게는 '놀이'였을수도 있었던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또하나의 '놀이'라는 것.

아이에게 '일'과 '놀이'는 양립된다는 생각보다는
'일'도 일종의 '놀이'라고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대부분의 순간들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고 이 순간들을 놀이처럼 몰두해서 즐길 수 있으므로
이것이 더 진실에 가깝다.

그러므로 가람이에게 이제부터는
'일해'라는 말 대신
'아빠 혼자 좀 놀고 있어' 혹은 '일하면서 노는 중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 덧붙이는 글 1)
야마오 산세이님이 말했었다.
"서두르지 않는다. 집중한다."
아, 그는 이미 삶의 모든 순간이 '놀이'였던 것이다.
모든 순간을 즐기고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삶에서 즐거운 거리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보다는
삶 속의 모든 순간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하겠다.
그것이 진정한 Carpe diem, Seize the day, 삶을 충만하게 사는 것일 것이다.


* 덧붙이는 글 2)
마쉬멜로우 이펙트라는 것이 있다.
오늘의 즐거움을 내일로 미룰 때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 말이 난 참 미심쩍었다. 다소 수긍할 수 있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냥, '지금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을 때 더 즐거운 내일이 온다' 라는 것은 어떨까 


* 덧붙이는 글 3)
마쉬멜로우 이펙트...
또 생각해보니 그 실험의 결론에는 '원인과 결과' 사이에서 오류가 있었던 듯 하다.
'어릴 적 마쉬멜로우를 참았던 이들이 평균적으로 더 높은 부와 사회적 지위(즉 성공)를 누리더라' 라는 이야기인데,
생각난 김에 과연 외견상으로는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는 이 말에 토를 달아보자.
- 명제(A면 B이다)를 확고히 하려면 그 반대(B가 아니면 A도 아니다)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즉, 성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릴적 마쉬멜로우를 못참던가?
 - 무엇이 먼저인가.A인가 B인가, 다시 말해,
   성공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마쉬멜로우를 잘 참는가? (B->A)
- 또 평균만이 아니라 머리나 꼬리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공했다고 보여지는 최상위층은 과연 마쉬멜로우를 가장 참았던 이들인가?
  마쉬멜로우를 가장 빨리 삼켰던 어린이들이 가장 사회적으로 덜 성공했던가?
  즉, 마쉬멜로우를 참는 기간과 성공의 정도에도 상관관계를 보이는가? 
- 결과의 기준을 바꿔볼 필요도 있다.
   삶에서 가장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이들, 즉 행복수준이 높은 이들이 마쉬멜로우를 가장 잘 참는 이들인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나는 마쉬멜로우 이펙트를 오롯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참는 미덕 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하는 편이 오히려 맞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