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계열사간 `통행세` 첫 시정명령
ATM기 중개거래로 41억 부당이득
롯데그룹에 과징금 6억 부과
가만히 앉아서 계열사간 거래 중간마진 먹는 통행세
기사입력 2012.07.19 17:29:16 | 최종수정 2012.07.20 09:07:38
롯데그룹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대량 구매 과정에서 불법적인 계열사 지원 행위로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받았다. 대기업 계열사 간 거래에서 특정 계열사가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 중간 마진을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 관행을 처벌한 첫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이 ATM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중간에 롯데알미늄을 끼워넣어 간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제공했다며 롯데피에스넷에 과징금 6억4900만원과 시정 명령을 부과했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롯데알미늄 등의 불법적 통행세 거래 관행에 대한 매일경제신문 보도 후 공정위 조사가 본격화돼 조사 5개월 만에 위법 판단이 내려졌다.
공정위 조사 결과 롯데그룹은 2008년 10월 신동빈 당시 부회장이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이 ATM 제작을 맡는 게 어떻겠느냐"는 지시를 내리자 롯데피에스넷이 ATM을 제조사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바꿔 중간에 롯데알미늄을 끼워넣었다.
그 결과 2009년 9월~2012년 7월 롯데알미늄이 ATM 제조사에서 ATM 3534대(666억3500만원)를 구매해 롯데피에스넷에 707억8600만원에 납품하면서 41억5100만원의 이른바 `통행세`를 챙길 수 있었다.
공정위 측은 "ATM 사업 경험이 전무했던 보일러 전문회사가 이처럼 아무런 역할 없이 과도한 중간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며 "이는 신동빈 당시 부회장 지시에 따라 그룹 차원의 단일한 지원 의도와 목적이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사건 거래로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는 2008년 당기순손실 881억원에서 2009년 10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재무구조가 빠르게 회복됐다.
반면 기존 직구매 방식을 포기하고 롯데알미늄에서 더 비싼 가격에 ATM을 구매한 롯데피에스넷은 롯데알미늄이 챙긴 부당 이득만큼 손해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롯데알미늄이 ATM 사업이 전무하고 이 사건 거래에 아무런 역할이 없다고 하지만 거래를 총괄하면서 다양한 책임비용이 발생하고 금형 등 ATM 연구개발에도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롯데알미늄은 ATM 수천 대를 계열사에 공급하면서도 유지보수 책임을 지지 않았고, 연구개발에 투입한 비용도 고작 2억원"이라며 "666억원대 ATM 거래에서 연구개발비 2억원으로 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 집단이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사를 중간에 끼워넣고 통행세를 챙기게 하는 부당 지원 행위를 적발해 제재한 최초 사례"라며 "통행세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지난 상반기 공정거래법 개정 등 관련 입법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로, 결과가 나오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입법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재철 기자]
특정 기업이나 재벌계열을 비방할 의도는 없습니다.
위와 같은 계열 간의 부당 행위가 최초로 제재받았다는 것에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SRI의 3대 가치인 ESG 중 G(Corporate Governance,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는 기사입니다.
위 기사에서 보듯 불건전한 기업지배구조는 부당한 부의 이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주로 소수의 기업 내부자)는 부당한 이득을 얻지만, 또 다른 누군가(주로 투자자)는 부당한 손실을 보게 됩니다.
투자 시 이런 잠재적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지배구조의 확립과 평가가 선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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